약속장소에서 지인분을 기다리며 너무나 익숙했던 퇴근하는 사람들의 물결을 바라본다. 그 흐름에서 벗어나 멀찌감치 멈춰서 있는 나 자신이 마치 낯선 이방인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퇴직 후 두 번째로 맞이한 봄이 되어서야 과거의 익숙한 흐름에서 벗어나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내 모습이 자각되기 시작했다.
그 이질감이라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오히려 지금 걸어가고 있는 새로운 길에서 조망하는 그 물결의 흐름에서 나는 평온함과 설렘과 같은 감정들이 느껴진다.
아마도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만족감, 이 모험의 길에서 겪게 될 앞으로의 일들과 삶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런 감정들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다. 경제적으로 나아지는 것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내세울만한 것도 없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길을 선택하고 걸어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스스로의 가치관과 소망에 따라 살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여건이 허락되어야 하고 대단한 용기 또한 필요하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에 그 길 위에서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