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1년 3개월 - 내면의 질서
2024년 3월 30일 토요일
3월은 아이들의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시점이었기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들을 챙기는 데 시간을 많이 할애하였다. 제일 신경이 쓰였던 큰 아이의 기숙사 생활은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흘러가고 있고, 둘째와 막내도 변화된 환경에 잘 적응 중이다.
아이들을 위한 일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서, 지나온 삶을 글로 정리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사람은 생존본능으로 인해 좋은 일보다는 부정적인 경험들 위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과거를 돌아보며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물지 않은 상처를 건드리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과정에 이런저런 감정들이 일어나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다.
사실 남아있는 상처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막상 글을 써내려 가다 보니 오히려 완벽하게 아문 상처가 많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과거를 글로 옮기는 과정을 통해 아직 남아있었던 많은 상처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많은 부분이 치유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던 방을 쓸고 닦고 정리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내면의 질서가 유지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의 일들이 현재의 나를 흔들고 옭아매면 온전하게 현재를 살아갈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통한 과거사의 정리 작업은 힘들었던 만큼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날이 쌀쌀하지만 여기저기 생명들이 움트며 그 모습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그 생명들의 움직임처럼 내 마음도 날로 새로워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