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이후 16년이 된 올해 드디어 세례를 받았다. 그동안 수많은 권유가 있었지만 오랜 세월 그 의식을 미뤄왔다. 이해할 수 없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들로 인해 믿음으로 가는 길이 길고 지난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의 교리가 인간의 원죄(原罪)이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것으로부터 인간의 죄(罪)가 시작되었다는 성경의 말씀은 도저히 믿을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내용이었다.
아담과 이브, 에덴동산, 선악과, 이브를 속이는 뱀 등으로 구성된 이 창세기의 말씀은 나에게는 그저 한 편의 그리스신화처럼 느껴졌었다. 설사 그 말씀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 해도 왜 그 죄(罪)가 나에게 주어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유의지’의 개념을 통해 인간은 언제든지 죄를 지을 수 있는 존재, 즉 죄성(罪性)을 지닌 존재라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원죄(原罪)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개인적 측면이 아닌 인류 전체와 인류역사를 대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시킴으로써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전 인류의 역사, 그 큰 흐름 속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는 인류의 죄(罪),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죄(罪), 이 것이 바로 원죄(原罪)라는 생각이다. 인류는 여전히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선악과를 먹고 있으며, 그 행위는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유전처럼 이어지고 흐르고 있다.
얼마 전 아내가 왜 이렇게 세상이 점점 더 악해지는지, 하나님은 인간을 왜 이렇게 만드셨는지 모르겠다고 토로를 했다. 아마도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 인간의 원죄(原罪)와 죄성(罪性)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내와의 대화에서 인간의 원죄(原罪)와 죄성(罪性)이 아닌 ‘자유의지’라는 개념의 측면으로 접근하며 대화를 풀어나갔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오로지 선(善)을 주셨으나, 인간에게 부여된 자유의지의 방향이 잘못되어 선(善)이 악(惡)으로 변질된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죄(原罪)와 죄성(罪性) 그리고 자유의지의 오용 등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나님이 인간의 죄(罪)를 용서하고자 하시는 이유는 인간이 그 죄(罪)를 통해서도 하나님의 형상에 가까워지기를 바라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직 인간에게만 부여된 이 '자유의지'는 분명 하나님의 큰 선물이다. 당장 현재의 세상이 어두워 보여도 자유의지라는 큰 흐름은 선(善)한 방향으로 흐르고 작동하고 있음을 믿고 있으며 또한 소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