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떨어졌는지 한여름 나뭇잎의 색을 입은 애벌레가 콘크리트 담벼락 위에서 느릿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애처로운 몸부림은 단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본능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바람이 전해오는 생명의 신호를 감지하고 살 길로 가기 위한 노력인지 알 길이 없었다.
애벌레로 이 세상에 던져져 애벌레로 살다가 어느 날 운명적인 죽음을 눈앞에 둔 그 녀석을 보고 있자니,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나는 자연이 던진 돌이었다’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과연 이 애벌레도 자연이 던진 하나의 돌일까? 나뭇잎에서 떨어지지 않았다면 자연이 의도한 수많은 돌들 중 하나로 생명을 이어갔겠지만, 만약 이 죽음을 극복하고 그 껍질을 벗게 된다면 부여된 본질을 넘어서는 강하고 아름다운 나비가 되지 않을까?
자연은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무관심하고 냉혹하게 보이지만 실은 목적과 의도를 지니고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생각과 애벌레의 운명에 개입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와 함께 한참 동안 애벌레 옆을 지키다 어렵게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나 갑작스레 퍼붓는 소나기는 나를 그 애벌레가 있던 자리로 급히 이끌었다.
애벌레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애벌레의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수 없었지만 왠지 가벼운 미소가 얼굴에 번졌다.
[에베소서 4:21-24 진리가 예수 안에 있는 것같이 너희가 참으로 그에게서 듣고 또한 그 안에서 가르침을 받았을진대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따르는 옛 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너희의 심령이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 사람을 입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