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세상의 풍경이 달라지고, 가을이 여름을 밀어내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 숨을 죽여 강렬했던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음은 확연하게 느낄 수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런 생각에 잠겨 부드럽게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세상이 달리 보이는 것은 빛이 힘을 잃어 모든 사물의 명암이 짙어지는 현상 때문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아마도 가을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약해진 빛의 영향일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운 자태가 드러나는 것은 그런 가을빛의 작용인 것이다.
사람도 힘이 빠지면 가을빛과 같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출 수 있는 것인가?
한여름의 태양이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과 세상 만물의 아름다움을 위해 힘을 내려놓는 것과 같이 사람도 자신에게 집중된 시선의 힘을 빼면 세상을 아름답게 비출 수 있게 되는 것인가?
태양은 빛을 낮춤으로써 세상에 아름다움을 채우고 스스로의 가치를 높인다. 이 계절의 변곡점에서 가을빛이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