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마른 식기들을 정리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막내 아이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갈 준비를 합니다.
학교에 농구수업이 있는 날이라는 것을 잊었네요. 부랴부랴 아이가 마실 물을 통에 담습니다. 바나나라도 먹이고 싶지만 아이가 먹을 것 같지 않아 시원한 물만 준비합니다.
아직 아침 공기가 쌀쌀한데 반팔티 하나만 입었네요. 아이에게 조금 추울 수 있으니 후드티를 입으라고 말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나의 소망을 뒤로한 채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섭니다. 아이의 등뒤로 잘 다녀오라는 말을 던져봅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밝은 소리로 돌아오던 그 메아리는 언젠가부터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문을 닫는 아이를 보며 손을 흔들어 나의 마음을 전합니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자기가 갈 길을 갑니다.
이런 아이의 모습에도 마음은 평안하고 기쁘기만 합니다. 아마도 아이가 바르고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큰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큰 아이의 사춘기 시절 삐뚤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에 온전히 품어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큰 아이는 서툴렀던 아빠의 마음을 온전히 품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저로 하여금 둘째와 막내의 사춘기를 성숙된 자세로 맞이하게 하였습니다.
그런 큰 아이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도 날씨가 완벽하네요. 오늘 날씨처럼 완벽한 아빠가 될 수는 없겠지만,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에 밝은 빛과 따사로운 바람이 되어 늘 함께하기를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