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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pr 14. 2024

애플파이

2024년 4월 14일 일요일

학교 기숙사 생활로 주말에만 집에 돌아오는 큰 아이가 지난주 일요일 애플파이가 먹고 싶다고 했지만, 근처에 있는 전문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 사주지 못했습니다.


다시 주말이 되어 아이가 집에 왔지만, 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는 부모대로 할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토요일 저녁 학원에 다녀온 큰 아이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중간고사를 앞두고 예민해져 있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그리고 사주지 못한 애플파이가 생각납니다.


그렇게 토요일이 지나고 애플파이 전문점이 문을 닫는 일요일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가 부탁한 시간에 맞추어 아이를 깨우고 쓰레기를 버리러 집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납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그분은 손에 쥐고 있던 봉투를 나에게 건넵니다.


뭐냐고 물으니 ‘애플파이’라고 합니다. 사양했지만 이미 마음먹고 주신 것이라서 감사하게 받아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일어나 공부를 하고 있던 큰 아이에게 그 애플파이를 건넵니다. 아이의 얼굴에 미소가 차오릅니다.


이웃의 따뜻한 손에서 시작된 사랑의 씨앗이 나를 통해 아이의 가슴에 뿌려집니다. 부디 그 씨앗이 큰 나무가 되어 아이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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