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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영호 Aug 01. 2024

거미집

2024년 8월 1일 목요일

거미집에 걸려든 개미 한 마리가 사지(死地)에서 빠져나오려 몸부림치지만 가망이 없어 보인다. 어느새 개미 옆으로 다가온 집주인은 여유롭게 그 모습을 지켜본다.


곧 거미의 먹이가 될 개미의 운명이 너무도 가엽지만, 거미를 탓할 수는 없다. 거미는 생존의 본능과 타고난 재능을 사용했을 뿐 개미에 대해 어떠한 악의(惡意)도 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혜롭게 덫을 피하거나, 덫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힘을 기르지 못한 개미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하튼 거미집에서 힘을 잃어가는 개미를 보고 있자니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미움받을 용기’ 중 사람들 사이의 ‘권력투쟁’이라는 내용이 떠올랐다.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동물들 사이에는 생존을 위한 서열이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우월욕구와 투쟁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가?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거미집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우선 나의 내면에 똬리를 틀고 있는 지배욕구나 통제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인식할 필요성이 있다.


그리고 그 싸움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결국 흔들리지 않고 그러한 경쟁과 승패의 게임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우월성과 승패가 아닌 내가 원하는 삶, 행복한 삶, 가치 있는 삶을 만들어 가는 데에 나의 생명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물론 쉽지 않다. 그러나 실패하고 실망하더라도 어금니 꽉 깨물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꾸준함과 강한 의지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

▶지혜롭다는 것은 생각과 판단에 있어 자신의 유익을 우선적으로 따져보되, 동시에 타인의 유익을 고려하는 것이다.

▶타인과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우선 나에게도 같은 모습이 보이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일이라고 확신이 생기면, 분노가 아닌 용기를 기반으로 상대와 차분하게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싸울 수 있는 힘과 용기가 있음에도 물러나는 것은 굴복이나 굴욕이 아닌 진정한 승리다. 그것이 바로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으로 가는 길이다.

▶실패할 수 있다. 당연한 일이다. 옳은 길을 향한 방향을 잃지 않고 꾸준히 가면 된다.

▶자신만의 삶의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 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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