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현시점에서, 시간의 흐름에 대한 나의 느낌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다는 측면보다는 늙어간다는 생각에 가까운 것 같다.
늙어간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
가장 먼저 다가오는 신체의 노화는 처음에는 매우 낯설게 느껴지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죽음과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이 어떠했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즉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하게 만든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어느 순간 나의 어리석음이 하나씩 눈에 보이게 되고, 그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자유롭고 행복해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리석음을 벗는다는 것은 가치관의 변화를 의미하고, 그 변화를 현실 속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결국 늙어간다는 것은 몸은 쇠퇴하지만, 정신적 측면에서 비약적 성장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 생명의 본질과 같이, 사람은 늙어가는 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닐까?
이 글을 쓰면서도 미래에 내가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사람이 서서히 늙어가듯이 어쩌면 먼 훗날이 되어서야 내가 맺은 열매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가야 할 길을 걸어가며 값진 열매를 소망하는 것이다.
그 소망 때문일까? 나에게 있어 늙는다는 것은 슬프거나 거부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오히려 쏜살같이 흘러가는 세월과 늙어가는 나의 모습에 감사하다.
늙어간다는 것은 신비롭고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