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다니고 있는 동네 한의원에 가면 ‘마음을 너그럽게 해주는 약’이 비치되어 있어, 기다리는 시간에 하나씩 마시게 된다. 약을 먹어서 사람이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효과가 있을까 싶어 갈 때마다 꼭 한포씩 먹게 된다.
물론 약물로써의 효과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게 되는 정신적 효과는 있다.
내가 이 약을 먹는 것은 스스로 너그럽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너그럽다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서 절대적인 기준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너그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과 연결되는 부분이기에 중요한 덕목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하면 사람이 너그러워질 수 있을까? 아니 왜 사람은 너그럽지 못한 것인가?
아마도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그 사람 전체를 평가하고 단정하는 습관이 원인 중의 하나인 것 같다. 이런 단편적인 사고가 너그러움에서 멀어지게 하는 태도임은 분명할 것이다.
아울러 자신의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하는 습관 또한 문제로 보인다. 물론 이 세상에 진리라는 것이 있고 올바르고 바람직한 것이 있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그것들을 완벽하게 지키고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
단적인 예로, 운전을 하다 보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차량들을 만나게 되고, 즉각적으로 그들을 비난하는 마음이 든다. 재미있는 사실은 나 또한 같은 행위를 할 때가 있지만, 자신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너그럽고 관대하다는 것이다.
이런 작은 일뿐만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있어서, 나 자신을 너그럽고 관대하게 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수하고 잘못된 길을 갈 수 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더 나은 사람으로 발전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는 소망이 있기에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나를 대하는 생각과 태도로 타인을 대하는 것, 즉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 과정을 통해 사람과 삶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사실, 바로 그 사실을 인지하고 살아간다면 이 세상을 너그럽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