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01일
밤하늘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 지구와 그 별들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원리가 시차(視差)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손가락을 코 앞에 두고 윙크를 하듯 왼쪽과 오른쪽 눈으로 번갈아서 보게 되면 손가락의 위치가 달리 보인다. 눈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그 차이가 크며 멀수록 차이가 작다. 바로 이러한 시차(視差)의 원리가 별들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 내용을 보고 시차(視差)가 왜 발생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코 앞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번갈아 뜨며 시도해 보았고,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소파에 앉아서 왜 손가락의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데 코 앞에 놓인 이 손가락의 위치가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지 한참을 생각했다.
알듯 말듯한 상태로 곰곰이 생각하던 참에 큰아이가 방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아이에게 달려가 물었다. 아이는 당연한 거 아니냐며 왜 그런 것도 모르냐고 말한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자, 아이는 손가락의 위치는 고정되어 있지만, 관측자의 위치가 변했기에 그렇다고 설명한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플랫폼에서 내가 탑승하고 있는 기차가 움직이고 있는데 마치 건너편 기차가 움직이고 있는 착각이 들 때가 생각난 것이다. 왼쪽 눈으로 보다가 오른쪽 눈으로 보게 되면 눈과 눈 사이의 거리만큼 관찰자가 이동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 현상을 이해하는데 왜 이토록 어려움이 있었는지 자책을 하고 있자니, 아이는 웃으며 내가 늙어서 그렇다고 말한다. 아이의 말은 나이를 먹으면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내 머릿속에는 자기 중심성과 유연성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나의 움직임으로 시차(視差)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손가락에게 너는 내가 어떤 눈으로 보더라도 그 자리에 있어야 된다며 고집을 부린 나 자신의 모습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오늘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삶에서 마주하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은 세상이나 타인이 아닌 나 자신의 시차(視差)로부터 비롯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모든 현상과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시차(視差)의 현상이 내가 아닌 손가락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쉽게 이해가 되듯이, 삶에서 마주하는 문제들도 그러할 것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