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02일
지난 설 명절, 처갓집에 들어서자 태백이라는 이름을 가진 진돗개가 으르렁거리며 짖는다. 가족들을 먼저 집 안으로 들여보내고, 나는 태백이 앞에 쪼그려 앉아 그 녀석이 나를 기억해 낼 때까지 기다렸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약 1-2분 후에 태백이는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고, 머리로 향하는 나의 손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몇 분간 시간을 같이 하면 태백이는 나를 다시 친구로 받아들인다.
이런 태백이의 행동을 보면서 이 녀석의 공격적인 행동을 분노라고 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본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그 영역을 공유하는 가족과 공동체를 보호하려는 생존 본능은 분명 분노라는 에너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도 이런 생존 본능과 그에 따른 분노가 있다. 누구나 가족이 누군가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말만 들어도 분노의 감정이 즉각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인간 또한 자연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에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인간의 분노는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나를 포함해 총 다섯 명의 가족들 사이에서도 분노의 기폭제는 다양하다. 가족들에게 언제 화가 나는지 질문을 던지니,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지 못했을 때, 무시당한 기분이 들 때, 무언가를 강요당할 때, 손해나 피해를 당한 느낌이 들 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진다.
대부분 인정, 자존심, 존중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의식이 있어 타인으로부터 인정이나 존중을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분노하게 된다.
물론 인정이나 존중이라는 측면으로 인간의 분노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분노의 원인, 분노 임계점, 분노의 표출 형태와 강도가 서로 다르기에 그렇다.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을 접하다 보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포인트에서 어이없이 화를 내는 사람들도 경험하게 된다. 그만큼 사람의 정신세계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결국 이 분노라는 문제는 분노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분노에 대한 대응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분노에 대한 대응에 있어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그 대응의 핵심은 존중과 인내이다. 상대가 분노를 표출하더라도 매너를 지키며 상대를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과, 상대가 이성적인 모습으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이 대응은 타인의 분노에 대한 대응으로 표현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분노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해법이 된다. 상대의 분노에 분노로 대응하지 않고 상대를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자세는 결국 자신의 분노를 올바르게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응 원칙은 가정에서 특히 중요하다. 서로에게 생각이나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것이 가족이기에 자칫 언쟁이나 다툼이 발생하기 쉽다. 따라서 부모는 가정의 행복과 아이들의 훌륭한 인격 형성을 위해 이 분노를 대하는 올바른 원칙을 만들고 지킬 필요가 있다.
물론 분노를 표하는 상대를 존중과 인내로 대응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존중과 인내가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내는지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알게 되면, 힘들어도 그 길을 가게 된다. 그 가치가 삶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결과들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가치 있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그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가치는 오직 그 길 위에서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