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10일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큰 아이는 학기가 끝나면 모든 짐을 집으로 가져온다. 학기마다 방이 바뀌기에 그렇다.
이번에는 일 때문에 아내만 보냈는데, 기숙사 엘리베이터 혼잡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아내와 아이는 집에 오자마자 그와 관련하여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그러면서 어떤 불미스러운 일에 대하여 나의 공감과 동의를 구한다.
엘리베이터가 계속 만원 상태에서 올라가고 내려가니, 중간층에서 짐을 쌓아놓고 기다리던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어떤 학부모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공간이 충분치 않지만 캐리어만 실어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한다. 짐을 그렇게 보내고 1층에서 기다릴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내와 아이는 그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이기적이라며 그들을 비난한다.
사실 그렇게 사람들을 욕하고 넘어가도 상관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올바르지 않은 사고습관은 자신의 삶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소한 일이라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나의 생각을 가족들에게 전하는 편이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합리적인 생각과 처신은 어떤 것일까? 우선 사람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있던 사람들이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대하여 그들을 비난하는 것 또한 자기 중심성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입장과 사정이 있다는 것, 내 입장에서의 바람직한 생각이나 행동을 누군가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인지해야 한다. 물론 공간이 비좁고 불편하더라도 그 캐리어를 실어 달라는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지만, 누구에게도 그것을 강요할 수 없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유익에 대한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불편함의 원인과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한 일이다. 퇴소시간 분산 등과 같이 다수의 불편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학교에 건의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비난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나와 다수의 유익을 구할 것인가? 관점과 생각의 차이, 즉 사고의 습관에 따라 그 결과는 극과 극으로 나뉜다.
사람은 언제든 감정에 좌우될 수 있는 존재이며, 동시에 감정을 넘어 자신이 추구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성적인 존재이다.
감정과 이성, 삶에서 무엇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가? 그 선택과 그에 따른 삶의 흐름,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