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21일 금요일
나는 대부분의 문제를 아이들의 자율성에 맡기지만, 이성 교제는 절대적으로 금하고 있다. 한 달 전쯤 큰 아이는 나에게 이성교제에 대해 왜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을 던졌다.
큰 아이는 이성교제에 관심이 없다. 그러나 요즘 세태에 맞지 않는 나의 생각이 궁금했을 뿐이다. 여하튼 큰 아이 덕에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나의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나는 우선 아파트 놀이터 같은 곳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 중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의 노골적인 애정 행각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을 물었다. 아이들은 그 질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표했지만, 동시에 건전한 이성 교제도 있다며 극단적인 예를 들어 일반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으로 이성과의 교제에 있어 자신을 믿고 통제할 수 있는지 물었다. 즉 이성교제를 하게 될 경우, 그 학생들처럼 행동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물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성교제는 왜 필요하고 어떤 점들이 자신에게 유익한 지 물었다.
나는 이성과의 어울림이나 만남, 그리고 교제는 인생의 평생 동반자를 만나기 위한 하나의 긴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상형을 발견하고, 그 이상형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성 교제를 바라보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는다. 학업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는 자신의 미래를 위하여 오로지 학업에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이 구태스럽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중고등학교 시절의 이성 교제가 아이들의 삶에 그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기에, 그 입장을 굽힐 생각이 없다.
단, 이런 강경한 입장이 초래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부모 모르게 이성 교제를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단절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기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그 우려가 현실이 된 적이 있다. 당시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고, 아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었다. 오래지 않아 나의 바람대로 모든 일이 잘 정리되었다.
원하는 것을 참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때가 아니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목적의식과 인내심이 있어야,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