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2월 16일 일요일
아이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거를 배워서 어디다 써먹느냐는 얘기를 한다.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 제2 외국어 등 아이들이 보기에 도저히 쓸모없어 보이는 과목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아이들의 공부에 대한 인식은 시키니까 하는 거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하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목적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나 또한 그랬다. 공부를 생존과 성공의 수단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과연 공부는 왜 필요한 것인가?
나는 공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인류가 발전시켜 온 문명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어, 수학, 과학(화학, 물리, 생물 등), 사회, 도덕, 철학, 경제, 금융, 문학, 역사, 음악, 미술, 체육 등 학생들이 배우는 수많은 내용들은 모두 다 인류가 쌓아온 문명이다.
인간은 이 문명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며, 그 사회에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설정하고, 삶의 방식을 만들어 가며, 인류를 위한 문명의 발전에 일조를 한다. 결국 공부란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이해하고, 그 환경 속에서 자신이 살아갈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나아가 자신이 인지하든 인지하지 못하든 그 문명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필요한 것이다.
또한 공부는 사고의 확장에 반드시 필요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식이 쌓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스펙트럼이 넓어진다. 그만큼 삶도 안정되고 풍요로워진다. 물론 그 안정되고 풍요롭다는 의미는 경제적인 측면 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발견하고, 수많은 기회를 포착하며, 수많은 제약을 허물며, 결국 자신이 목적하는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예를 들어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소통이라는 기능적 차원을 넘어 한 나라의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며, 수학 또한 기능적인 차원 외에 확률과 같은 수학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과학과 철학과 문학은 세상의 본질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이해와 사고를 확장시키며, 음악과 미술 그리고 체육은 삶을 건강하게 만든다.
이렇듯 공부는 사고의 확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발견하고, 직장을 구하고, 취미 생활을 하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건강을 관리하고, 정신적 가치를 높이고, 이상적인 자녀 교육을 도모하고, 사회에 기여하고, 노후의 인생을 설계하는 등 삶 전반에 도움을 준다.
이렇게 중요한 공부에도 때가 있다. 학창 시절이 지나면, 공부할 기회는 물론 학습능력 또한 줄어든다. 따라서 어떤 제약도 없이 오로지 공부만 할 수 있는 시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때 쌓인 기초가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에 그렇다.
물론 공부는 힘들다. 관심이 있고 이해가 잘 되는 분야는 그나마 견딜만하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분야는 하기 싫고 부담스럽고 짜증도 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삶에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나는 마케팅, 인사(人事), 해외영업 등의 일을 했었지만, 현재는 주식, 채권, 외환 등에 대한 투자를 업(業)으로 하고 있다. 투자라는 업(業)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지난 세월 공부하고 습득한 모든 지식과 경험이 아주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식과 경험은 언제 어떻게 쓰일지 누구도 모른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들 중에 의미 없어 보이는 과목이 있더라도, 간과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습득된 모든 지식과 경험은 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작용하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단정짓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모든 분야를 깊이 알고,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런 다양한 분야에 대해 기초를 쌓는다는 자세로 접근해 보라는 의미이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는 마당에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내 아이들에게 만이라도 이 내용을 전하고 싶었다.
학생들이 대학에 대한 부담을 덜고, 공부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소망하며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