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원의 화해·조정 제도
교육계를 들여다보는 렌즈로 사법계를 한 번 살펴보자. 우리는 흔히 "법대로 하자."는 말을 하는데 이경우는 보통 '너랑 나랑 끝까지 가서 누가 옳고 그른지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려보자.'는 뜻을 품고 있다. 그럼 정말 원하는 대로 모두가 재판장까지 갈 수 있을까? 대한민국 법원은 정식 재판 없이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공식 절차를 여러 가지 운영하고 있다.
민사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은 '민사조정'이다. 조정담당판사 또는 조정위원회가 중립으로 개입해 당사자 간 합의를 유도하는 절차다. 합의가 성립하면 조정조서를 작성하 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진다. 일부 사건, 특히 가사사건이나 소액사건은 소송 전에 반드시 조정을 먼저 거쳐야 하는 '조정 전치주의'가 적용된다.(가사소송법 제50조(조정 전치주의)에 따라 조정 전치주의를 적용하는 소송 : 재판상 이혼,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 인지청구 등/이혼에 따른 위자료 청구(손해배상), 약혼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재산분할, 양육자 지정 및 양육비 청구, 기여분 결정 등)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게 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에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절차가 있다. '화해권고결정'은 판사가 직권으로 양측에 화해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며, 당사자 양쪽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재판상 화해'(소송상 화해)는 재판 중 당사자들이 판사 앞에서 직접 합의하는 절차로, 화해조서가 작성되며 역시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소송을 단순히 취하하는 것과 달리 이후 강제집행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높다.
형사 분야에서는 '형사조정제도'를 운영한다. 2006년에 도입하여 20년째 시행 중인 이 제도는 폭행, 명예훼손, 재산 분쟁 등 비교적 경미한 형사사건의 경우, 검찰 단계에 형사조정위원회가 개입해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합의를 돕는다. 조정위원들이 나서서 당사자간 조정이 성립하면 가해자는 기소를 피할 수 있고, 피해자는 민사소송 없이도 신속하게 피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형사조정 의뢰건수는 전체 형사사건대비 3%에서 6% 정도로 늘었고, 조정성립률 역시 50~60%를 기록하고 있다. 조정 절차에 들어가면 3건 중 2건은 합의에 이른다는 말이다.
법원, 재판, 판사로 상징되며 "법대로 하자."의 산증인(?)인 사법계에 이런 제도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정식 재판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소요되고 비용 부담도 크지만, 조정과 화해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준다. 또한 재판이 이기거나 지는 이분법적 결과를 낳는 데 반해, 조정은 양측이 서로 양보해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이웃, 친척, 거래처처럼 앞으로도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는 관계 회복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재판보다 실질적으로 유리한 경우가 많다. 합의 후 한쪽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별도 소송 없이 바로 강제집행을 신청할 수 있어 법적 안정성도 확보된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에 사는 대한민국에서는 층간소음 분쟁조정위원회가 따로 있을 정도다. (그 모든 분쟁이 전부 법정까지 간다고 상상해 보라. 모든 일상은 '증거수집'과 '피해입증'에 잡아먹힐 것이다.)
문유석 판사나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쓴 글이나 책에도 조정이나 화해를 소개하며 강조하는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법계도 이러한데, 교육계는 마땅히 더 이래야 하지 않을까? 응보적 정의, 가해자 엄벌주의만 외치면 더 크고 더 많은 부작용이 학교를 집어삼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