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가르치는 학교, 사과하지 말라 배우는 학생

다시 교육으로: 사실과 증거 대신 사람과 관계를 가르치자.

by 현장감수성

혹시 모를 오해를 위해 덧붙이는 말

혹시나 오해가 생길까봐 덧붙인다. '고데기'가 등장하는 심각한 학폭은 엄하고 엄중하게 다뤄야한다. 설사 그 가해자가 법기술로 대입에 무사히 성공해도, 나중에 사실이 드러나면 이를 소급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학교폭력 사안에 등장할 수 있는 학생은 만6세 초등학교 1학년부터 투표권을 가지는 고3까지다. 신체도 다르고 특성도 다르며 성숙도도 다르다. 발생하는 사안의 스펙트럼도 매우 넓고 다양하다. 이런 다양성을 무시하고 '학교폭력'이라는 이름으로 한 상자에 모두 담아버리면 그 부작용이 점점 커져서 교육도 공동체도 다 잡아먹힐 우려가 있다는 말이다.


사법대신 교육으로

모든 학폭사안이 학폭위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학교장 자체 해결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학폭위로 회부한 사안 중 약 20%는 '조치 없음' 판정을 받는다. 주로 실제 폭행이 이뤄진 사안이 아닌 단순 갈등이나 가벼운 다툼의 경우다. 이런 갈등과 다툼의 경우, 법적 공방으로 들어가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 전문가가 개입하는 '관계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서울북부교육청은 2023년부터 관계조정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2023년 5건, 2024년에는 61건, 2025년에는 110건으로 조정 건수가 꾸준히 늘었고, 조정 성공률은 약75%에 이른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2025년부터 서울, 세종, 전북, 울산 등 지역교육청에서 ‘교육의 사법화’의 방향전환을 위해 학교폭력 숙려제, 관계회복 숙려제(이하 숙려제)를 시범도입하고 있다. 비교적 가벼운 사안이 많이 발생하는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전담기구 심의 전 관계회복을 위한 조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실제 2024년 전북특별자치도내 초등학교 1~3학년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건수는 62건이었지만, 그 중 절반이 넘는 32건이 "학교폭력 아님"으로 결정이 났다. 숙려제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법정의 장에서 교육의 장으로

새롭게 도입하는 숙려제 정책의 핵심은 아이들이 증거와 유무죄만 존재하는 법적 공방에 들어가기 전에 전문 조정가-상담, 복지 전문가, 화해-조정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에게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를 이해하고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여 유무죄만 판결하는‘법정의 장’에 빠져버린 아이들을,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반성하고 사과하며 피해를 회복하고 관계를 배워나가는 ‘교육의 장’으로 데려오려는 시도다.

학교를 교육의 장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교실도 교육의 장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제 국회와 정부가 응답해야 한다. 적어도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과 다툼을 학폭위로 몰아넣는 현재의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아동복지법을 개정하여 교사의 생활지도와 훈계, 훈육권을 지금보다 더 명확하게 보장해야 한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양심과 화해를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거짓말을 가르치는 교실에서 양심을 지키는 아이가 나올 수 없다. 사과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학교에서 타인을 존중하는 민주시민이 자랄 수 없다. 2026년, 우리는 이제 법전 대신 다시 ‘사람’과 ‘관계’를 아이들의 책상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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