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교사도 주권자다, 정치기본권 보장하라

떨어지는 교권의 근본 이유

by 현장감수성

“우리 헌법은 민주정치 실현을 위해 모든 국민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국가기관의 구성원으로 공무를 담임하는 권리와 기회 보장을 위해 국민 참정권은 필수이다. 국민이 국정에 참여하는 참정권은 국민주권의 상징으로 국민의 가장 중요한 권리 중 하나이며 다른 기본권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가진다.”

1989년 헌법재판소에서 작성 문서의 일부입니다. 정치기본권(정치 표현의 자유, 정당가입과 후원의 자유, 출마할 수 있는 권리)은 모든 국민이 가지는 참정권이고 주권자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국민이면서 국민이 아니고, 주권자이지만 주권이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교사와 공무원들입니다.


전교조는 30년 가까이 정치기본권을 보장하여 교사도 진정한 대한민국의 주권자로 인정하라는 투쟁을 계속해 왔습니다. 2001년부터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차례 서명운동을 전개했고, 수만 명의 선생님들이 함께해 주셨습니다. 수사와 징계를 각오하고 시국선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2009년,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과 4대강을 비판하는 시국선언 이후 검찰은 전교조 사무실과 서버를 압수 수색했고, 89명을 기소, 67명이 해임 또는 정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2015년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 시국선언도 마찬가지로 압수수색-기소-징계가 이어졌습니다.


정당가입과 후원을 가로막는 선을 넘는 시도도 있었습니다. 2010년 특정 정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이유로 검찰은 교사·공무원 273명을 기소했습니다. 2011년에는 같은 이유로 무려 교사 1,352명과 공무원 295명을 기소했습니다.(이는 검찰 역사상 단일 사건 최다 인원 기소 기록으로 아직도 깨지지 않는 기록입니다.) 재판 결과 기소당한 교사·공무원 대다수가 30~50만 원의 벌금형에 그쳐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나라당을 후원한 사람들은 그냥 두고, 진보정당에 후원한 교사·공무원만 골라서 기소하여 더욱 큰 비판을 받은 사건이었습니다.


계속된 시도와 투쟁의 결과 조금씩 변화가 생겼습니다. 2018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문장을 개헌안에 넣음으로써 근무시간 외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려 했습니다. 2020년 헌법재판소는 초·중·고등학교 현직 교사 9명이 국가공무원법이 정당설립과 가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6대 3으로 교사들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정당가입 금지는 여전히 합헌이라는 아쉬운 결정도 함께였지만, 그래도 이 판결로 교육공무원이 정치단체 결성과 가입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이재명 정부가 시작되었습니다. 12.3 내란의 밤 국회로 달려간 국민 중에는 교사도, 공무원도 있었습니다. 계엄령 소식에 우리 선생님들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전교조 깃발을 들고 국회로 달려 나갔습니다. 급한 마음에 신발도 없이 슬리퍼를 그대로 신고 나간 선생님도 있었습니다. 새벽까지 국회 앞을 지켰습니다. 시민은 계엄군을 막아섰고 국회는 계엄령은 해제했습니다. 그리고 국민은 투표로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교육공약 중 하나로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을 약속했습니다. 실현된다면 피선거권 보장을 뺀 근무시간 외 정당 가입과 후원을 할 수 있고, 정치 표현도 자유롭게 가능해집니다.


대한민국 선생님들께 당부드립니다. 이재명 정부에서 정치기본권 보장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이를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이 베푸는 시혜로 착각하면 절대 안 됩니다. 수백 명이 기소당하고 수백 명이 징계받으며 수십 년간 싸워온 투쟁으로 쟁취해 낸 것임을 우리 스스로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교사도 대한민국의 온전한 주권자가 될 때까지 전교조는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입니다.


출처: [희망칼럼]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은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다!-교육희망 - https://news.eduhope.net/27139


keyword
작가의 이전글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