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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민원은 악성 댓글이다

떨어지는 교권에는 날개가 없다

by 현장감수성

6.14 교권보호대책 전국교사집회에 모인 교사들은 크게 3가지 핵심 요구를 외쳤다. 진상규명과 순직인정, 교권보호 대책 법안과 제도 마련, 교사 정치기본권 보장이 그것이다. 이 중에서 나는 두 번째, 그중에서도 '악성민원' 부분만 한정하여 이야기하려고 한다.


악성민원은 악성댓글이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죽음을 목격한 뒤 비로소 악성댓글도 범죄로 규정하고 제재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상의 명예훼손은 2001년부터 정보통신망법으로 규제하고 처벌하고 있었고, 2008년 이후로 온라인 상의 모욕도 처벌 대상이 되었다. 한 유명 배우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이 벌어지자 악성댓글은 커다란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기존 형법의 모욕, 명예훼손죄 부분을 개정하여 온라인까지 적용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후로도 비슷한 사건은 계속해서 벌어졌고, 결국 몇몇 포털에서는 특정 분야의 기사에 댓글을 아예 적지 못하게 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시행하고 있다. 한때는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와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퀴즈에서 유재석도 “악플은 관심이 아니다. 악플보다 무플이 차라리 낫다. 그런 관심 필요 없다.”면서 악성 댓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지 않았던가. 악성댓글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바뀐 만큼, 이제는 악성민원에 대한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규제와 제재가 필요하고 처벌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무엇이 악성민원인가?

악성민원을 규제하고 처벌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이 악성민원인지 규정하는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를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악성민원을 정의하기보단 판별하는 방식을 먼저 제안한다. 학교폭력 사안이 벌어지면 고의성, 심각성, 지속성, 반성, 화해 5가지 영역을 각각 따져서 점수를 매기고 이를 합산하여 조치를 결정한다.

악성민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해보면 어떨까? 첫째, 무고성이다. 전혀 사실이 아닌 일, 하지도 않은 일로 민원을 넣는 경우다. 둘째는 폭력성이다. 폭언·욕설을 하거나 학교에 찾아와 위협이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셋째로 협박성이다. 자기 민원을 지연하거나 거부할 경우 ‘나는 다른 기관이나 언론에 민원을 넣거나 아동학대 신고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경우다. 넷째는 청탁성이다. 규정이나 원칙이 분명한데, 이를 어겨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다. 마지막으로 반복성이다. 충분한 답변을 했음에도 계속해서 민원을 접수하는 경우다.


누가 판단하고 누가 제재하는가?

아주 쉽게는 학교의 학교폭력 전담기구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수 있다. 장점은 신청이 쉽고 결정이 빠르게 나는 점이다. 하지만 또 다른 민원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서 판단하여 결정하는 방안도 있다. 학교에 추가 민원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신청 절차가 많아지고 결정이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어디서 판단하건 악성민원으로 결정이 난 뒤에, 누가 어떻게 제재하고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에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조치해야 할 수도 있다. 경찰청이나 가정법원이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특별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수시키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무엇이건 당장 시작해야 한다.

6.14 집회에 모인 교사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교사의 죽음은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다. 교사의 죽음으로 교실이 무너지고 학교가 붕괴하며 교육이 사라지는 것이다.”라고. 교육부가 가장 앞장서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존 대책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지, 어째서 지금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정답은 언제나 그렇듯 현장에 있다.


출처: [희망칼럼] 악성민원은 악성댓글이다-교육희망 - https://news.eduhope.net/27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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