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한 눈에 보여줍니다. 정말 그럴까요? 지도가 보여주는 세상이 정말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일까요? 지도의 역사를 살펴보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도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 확장의 도구로 활용했고, 식민지의 자원과 지리 정보를 파악하여 자신들의 지배를 강화하는 데 사용했습니다. 냉전 시대에 들어선 뒤 지도는 이념적 대립을 드러내는 수단 중 하나였습니다.
지도를 제작하는 주체는 권력자나 국가 기관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지도를 제작하여 권력을 강화하거나 유지했습니다. 이처럼 지도와 권력의 역사는 지도 제작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권력 관계를 반영하고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지도에는, 특정 시각과 이념을 반영하며, 이를 통해 권력을 행사하거나 유지하는 도구로 사용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세계지도로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가 있습니다. 러시아가 아시아만큼 크고 북아메리카는 아프리카보다 크며 그린란드 섬이 인도보다 커다란 그 지도.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 지도는 육지 면적의 왜곡이 매우 심합니다. 실제 아프리카는 러시아와 남극을 합친만큼 큽니다. 인도는 그린란드보다 1.5배 더 큽니다.
요즘 티비를 보면 연예인과 여행유튜버, 요리사들이 해외로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스페인도 가고 페루도 가고 마다가스카르도 갑니다. 그럴 때마다 비행기를 탄 사람이 한국에서 슈웅- 날아서 해당 나라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메르카토르 도법의 세계지도 위에서.
아이들이 일상에서 어느 지도에 많이 노출되는가는 알게 모르게 의식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학자들이 메르카토르 도법의 문제를 개선한 새로운 지도를 많이 내놓고 있습니다. 로빈슨 도법이나 패터스 도법의 지도가 대표적입니다. 빈켈 트리펠 도법이나 오사그라프 방식의 지도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네모가 아닌 원형으로 그린 지도도 있습니다. 심지어 원형 지도 두 장이 나란히 붙어있는 모양입니다. 리처드 고트(J. Richard Gott), 로버트 반더베이(Robert Vanderbei), 데이비드 골드버그 (David Goldberg) 교수가 참여한 이 지도는 육지 면적의 왜곡을 아주 크게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노력들은 전부 지도가 단순히 땅의 모양만 나타내는 도구가 아님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예전과 다르게 이제 교실에서도 선생님들이 무작정 메르카토르 도법의 세계지도를 게시하지 않습니다. 재밌고 유익한 여행프로그램을 만드시는 제작진분들도 다양한 도법의 세계지도를 자료화면으로 써 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