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이걸 감당하기 어렵다......
방금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이 되었는데 “조금 전 수업 시간에 우리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말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전화를 받은 담임교사는 어떤 마음일까?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지? 이 보호자는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걸까?’ ‘그새 학생이 집에 전화해서 무슨 이야기를 했나?’
2026년 3월부터 모든 학교에서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전면 제한한다. 2025년 8월 27일 국회가 초중등교육법을 다음과 같이 개정했다.
제20조의5(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 제한 등) ① 학생은 수업 중에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이하 “스마트기기”라 한다)를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학교의 장과 교원이 허용하는 경우에는 수업 중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1.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등이 보조기기로 사용하는 경우
2. 교육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3. 긴급한 상황 대응 등을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
② 학교의 장과 교원은 학생의 학습권 보호와 교원의 교육활동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ㆍ소지를 제한할 수 있다.
③ 제2항에 따라 사용ㆍ소지를 제한하는 경우 제한 기준ㆍ방법, 스마트기기의 유형 등 필요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할 수 있다.
[수업 중 스마트 기기 사용 제한]은 논쟁의 여지가 없고, 17년 차 초등교사 중 한 사람으로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스마트폰’이 아닌 ‘스마트기기’라 명명했다. 수업 중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촬영하기, 게임을 하거나 SNS를 하는 문제는 이미 널리 알려졌다. 여기에 스마트와치와 무선 이어폰도 참전(?)했다. 스마트 와치로 수업 중 딴짓을 하는 건 그나마 양반. 수업 시간 내내 녹음을 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 덕에(?) 보호자는 수업을 자녀와 함께 들을 수 있고 쉬는 시간에 담임교사에게 전화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선 이어폰도 문제다. 거의 모든 중고등학교는 1교시 시작 전 스마트폰을 수거한다. 전원을 껐는지 매일매일 일일이 확인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스마트폰 보관함(또는 수거함)이 10~20m 안에 있다면 여전히 귀로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선생님 몰래 무선 이어폰 듣기 대회(?)도 종종 벌어진다.
2026년부터 이런 일들은 불가능함이 원칙이다. 심지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저 사용을 제한할 수도 있다. 등교하자마자 수거하여 하교할 때 나눠주면 된다. 두 번째로 눈여겨볼 점은 여기에 있다. 스마트기기 사용과 소지를 제한하는 기준과 방법을 각 학교가 알아서 정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학교의 장과 교원이 회의를 통해 정할 수 있다. 학부모나 학생이라면 어째서 자신들은 의견조차 낼 수 없냐고 묻고 싶을지 모르겠다.
그럼 교사들은 어떨까? 이번 기회에 싹 다 제한해 버리자고 신나 있을까?
전혀 아니다. ‘곤란할 때만 학교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교육부나 교육청’ 덕분에 난감하다. 이런 엄청난(?) 결정을 학교에서 알아서 정하라니. 이건 뒷감당도 교사들 보고 알아서 하라는 말과 같다. 무슨 근거로 이런 결정을 했느냐고 민원이 들어오면 어떡하란 말인가. 옆 학교는 저렇게 하는데 우리 학교는 왜 이렇게 하느냐는 문의가 들어오면 뭐라 답해야 하나.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교육부 또는 적어도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스마트기기 사용과 소지 제한 표준안 내지 예시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스마트기기 보관에 따른 예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