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참사와 로드러너 사태를 보며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는 책을 좋아한다. 중증외상센터의 처참하고 씁쓸한 현실을 알려주는 이국종 교수의 '골든아워'나 검찰 조직을 움직이는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어떠한지 담담하게 들려주는 '서간도 시종기', 2020년 베스트셀러였던 '죽은 자의 집청소' 등. 그래서 이 책도 한 번 읽어보았다. 문 앞에 놓고 가는 배달음식을 누가 언제 어떻게 가져다 주는지, 상상은 해봤고 그게 맞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있는 상태로.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주문한 음식이 어떻게 우리 집 앞까지 오는지는 모른다. 배달의 민족 어플이 깔려있는 스마트폰을 매일 만지고 하루에 열두번도 넘게 도로에서 배달 오토바이를 만나고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배달음식을 먹어도.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 계실지 모르겠다. 주문-조리-방문-배달-수령의 과정을 거쳐 우리 집으로 오는거 아니냐고. 내가 결제한 금액으로 배달의 민족과 음식점 사장님과 라이더가 '적정한 비율'로 나눠 가지며 상생하는 아름다운 구조와 시스템 아니냐고.
80년대 생은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그 시절도 배달이 있었다. 중국집에 전화로 주문을 하면 원하는 장소로 자장면을 갖다준다. 추가요금은 없었다. 내 자장면을 가져다 준 배달원의 월급은 누가 줄까? 사장님이다. 배달서비스로 매출이 늘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럼 배달하던 사람이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 사람이 다치고 오토바이는 부서지며 음식은 없어진다. 다친 사람은 병원에 가야하고 부서진 오토바이는 수리를 해야한다. 치료비는 누가 내야하고 수리비는 누구 책임이며 입원한 동안 라이더의 월급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배달원을 법률상 '노동자'로 보는 순간, 사고는 산재가 되고 책임은 사장에게 간다. 그래서 배민은 라이더를 고용하지 않고 라이더와 계약을 한다. 고용하면 노동자가 되고 고용주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래서 배달 플랫폼은 배달원 한 명 한 명을 개인 사업자로 등록하고 계약을 하는 것이다.
배달원이 고용된 노동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 정말 개인 사업자라면 근무시간, 근무장소, 근무방식은 내가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형식은 계약이지만 실상 돌아가는 방식은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이다. 배달원이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은 단 한개도 없다.
교통법규를 분단위로 무시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보면서 '돈독이 올랐구나, 한 두개 적게 배달하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게 낫지. 저러다 사고나면 혼자 죽는 것도 아닌데......'하는 생각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기에 당연히 같은 생각을 하지만 그런 안일한(?)생각을 하게 내버려두질 않는다 시스템이. 물론, 모든걸 다 구조와 시스템 탓이라 돌리는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모든걸 다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 않은가?
내 스마트폰에 깔린 배달의 민족은 배달을 하지 않는다. 배달을 하는 것은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한 가정의 가장이고, 공동체의 일원이며, 우리 사회의 노동자다. 사람을 중심에 두고, 돈보다 안전을, 이익보다 생명을 우선하는 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