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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저자 Apr 18. 2021

[어느 저자] Prolog

저희는 어쩌면 살아있다는 증거를 모으는 행위에 집착하는 중일 수도 있습니다.
‘하필’ 그 증거가 글이였고, 그러기에 속절없이, 어쩔 수 없이 씁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던 우리들이 '글’이라는 공통점으로 이 공간에 모였습니다. 

어쩌면 글을 쓰고 싶어 근질거리는 이들의 조용한 발악일수도 있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저희는 어느 저자 입니다.

<어느 저자>는 시즌제로 운영되는 일간 문학지 입니다.

한 시즌은 8주로 구성되며 다섯 명의 작가가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쓴 글들을 평일동안 매일 보내드립니다. 

수필, 소설, 서평, 인터뷰 등 글의 형식은 저자들의 마음대로 바뀌기도 할 것입니다.







가끔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빈 페이지를 띄우고 화면을 채워나갑니다.

텅빈 속을 채우듯 까만 글자로 채워가다보면 내가 누구인지 아주 조금은 아는 것도 같습니다.

잊혀지는 것이 아쉬워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이 여정의 목적지는 어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한 걸음씩 딛어 나갈 뿐입니다. 

어떨 때는 우울이 담긴 걸음을, 어떨 때는 소심한 도전을 담은 걸음을 딛습니다. 

어쩌면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있고요.

나의 작고 조용한 발악이 그릴 발자국을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밥상 위 된장찌개와 같은 글을 쓰고싶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가끔씩 생각나는 담백하고 고소한, 든든한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From. 시언



글을 쓴다는 것이 저에게 있어서는 괴로운 일입니다. 

글을 쓸 때면 항상 어두운면과 그리움에 집중하는 제 글들은, 

저의 맘이 더 깊은 곳으로 갈때 비로소 쓰여집니다.


우리의 삶은 결국 찰나의 빛과 만연한 어둠속을 살아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시선은 지극히 주관적인 글과 시에 녹아듭니다. 

저는 어둠이 있어야 빛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흑 속 한 찰나의 빛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듯이,

  항상 우리를 살게하는 것들이 찬란한 어둠에 있듯이, 우리 모두 마음속에 그리움 하나 있듯이 말이죠.


사랑한다는 말은 ‘사랑해’ 이 짧은 문장 이상으로 표현할 길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다르게 그리움의 표현은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첫 문장과 비슷하게 

사랑은 저마다 닮아있고 그리움은 모두 저마다의 이름으로 그립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가 그리워 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릅니다. 

그저 나약한 본인의 무한한 내면과의 대화입니다. 그리운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합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밝음의 이면을 보고싶습니다.

 스쳐가는 글이 되지 못한 나날들을 잡아놓고 싶습니다.

그래서 가장 어두운 시간에 작은 불을 켜고 책상앞에 앉습니다.

한참 부족한 저의 새벽들이 얼마나 와닿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많은 자극을 지나서 도착한 고요한 새벽, 가슴을 열고 한단어 한단어 읽어내주세요.

부족한 저의 글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제 글이 마중물이 되어 당신의 마음도 찰랑이기를 바라면서.


From. OHMJ



어째 요즘은 나 스스로도 내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내 안에도 내가 많아 서울에서 김서방 찾듯 비틀비틀 헤멥니다. 

그래서 내가 지나온 길에 빵조각 대신 글 조각을 하나하나 남겨보려 합니다. 

나를 떼어내 길을 낸다는 게 익숙치 않아서 가끔 우스꽝스런 모양일 수 있겠네요.

 당신이 깔깔 웃으며 하나하나 맛 봐주신다면,

 따라가면서 길에 난 이름모를 들꽃을 보시고 미소를 지어주신다면, 

점차 봐줄만하고 달콤해지는 글조각에 배불러지신다면, 

그것 참 바랄 게 없겠습니다


From. 하랑소년 



위로받지 않아도 내뱉는 것만으로 치유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그 방법이 글이었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조금은 이기적인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주체가 '나'이기 때문인지, 감히 이 글이 공감도 치유도 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저 같은 하늘 아래 이런 사람이 있구나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길. 

게으르고 열정 없고 열심히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꽤나 멀며 

우울하고 불평불만이 많은 부정적인 단어의 집합체지만, 

그럼에도 어찌저찌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의 일기장 한쪽을 잠시 들여본다는 기분으로 말이죠.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자면, 그 잠시간의 시간에 작은 기대감이 생기길 바랍니다.


From . 은희 



 씀의 씀 ( 意美 ) 


나는 어느 날에 비련의 주인공처럼 울고 싶었고,

또 어느 날은 신에게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어떤 날은 누군가를 붙잡고 쏟아내고 싶었고,

또 어떤 날은 세상에 홀로 남은 기분이었다. 

무수하게 느꼈던 감정들을 어딘가에 배설해야만 살수 있었고,

그 곳이 빈 백지, 비어진 공간 이였다. 


요즘은 아름다움에 집착하곤 합니다. 

아름답다, 아름다워 ,아름답고 ,아름다운, 아름스러운 

계속 따라하다보면 어느 순간 작고 소박한 느낌이 들면서,

그렇게 살고싶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이 글이 당신에게 작고 소박하면서도 쓸모를 느끼는, 

아름다운 글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을 미약하게 부려봅니다. 

하지만 때론 글이 주인을 닮아 뜻이 비대하지만

유약한 표현으로 스스로 해칠 때가 많습니다.

그때마다 애정 가득히 냉철한 글로 저를 마구 가르쳐주세요.  


from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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