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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저자 Dec 28. 2023

[물결표] 첫 번째, OHMJ : 추일 광화문

찬 바람이 몸을 데우려 얇은 코트 사이로 서린다

얼마나 거쳤을지 모르는 그 한기는 언제나 동냥하는 개마냥 앞코를 쿡- 쿡-


나그네의 옷을 벗긴 것은

해도 바람도 아닌 품 속의 담배 한 개비

찬 바람 부는 날엔 뜨거운 훈김이라도 마셔야 한다는 그의 지론


월 몇 억을 번다는 그 사람은 손목터널증후군이 왔다

목줄을 지름으로 세상 사는 때깔 좋은 품종

목욕이라도 하는 날엔

갈 곳 없어진 벌레들, 습자지 같은 피부, 그래도 볕 좋으면 잘 마르니 다행이지


뺨 올려붙이면 터질 듯이 건조해 구리스라도 몸 비벼야지, 울컥울컥 언 땅에 몸 비벼대야 구차한 내일이라도 기약한다

그래도 눈에 힘 부릅주고 살다 보면 천 원짜리 번데기 탕에서 몸 뜨뜻이 지지며 살겠지


구르는 돌은 이끼 안 끼지만 

기구한 태생 아무리 몸부림쳐봐야 지하 1.5미터

아무리 굴러봐야 눅눅히 곰팡이 퍼렇게


물 고이는 가장 낮은 곳이

가장 세상답다

물 고이는 눈만이

정답을 알고 있듯이


추일 광화문 / OH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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