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패션철학
나에겐 특별한 패션 철학이 있다.
어떤 사람은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런 걸 굳이 패션 철학이라 명명 지을 만 한가?라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나의 패션에 대한 철학이란 바로 그해에 유행하는 아이템은 사지 않는 것이다.
다른 해엔 실컷 잘 입다가도 그해에 유행한다면 한 해는 쉬어간다고 해야 하나 암튼 그런 시스템이다.
그해에 유행하는 걸 입는다는 건 내가 입는 옷을 동네 밖에만 나가도 적어도 한 사람 이상 나와 비슷한 옷들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과 마주친다면 상대방은 모르겠지만 난 조금 부끄럽고 민망하다.
좋게 생각하면 모 같은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마주친다는 거겠지만 난 생각이나 음식, 음악, 책은 공유하고 싶지만 옷만큼은 공유하고 싶지 않다. 그게 나만의 패션 철학이다.
남들은 참 별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나의 패션에 대한 생각은 아주 아주 오래전 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7살 때부터가 시작이다. 그때는 국민학교였지만...
내가 초등학교 1학년때의 일이다.
4월에 진달래 동산에 처음으로 봄소풍을 가게 되었다. 너무도 기다리던 설레던 봄소풍.
그 시절 그때까지만 해도 꼬마 소녀에게는 별로 가지고 있는 옷이랄 것도 없었고 3녀 1남인 우리 집엔 새 옷을 철마다 사서 입을 형편도 되지 않았다. 가끔 설빔 추석빔으로 엄마가 남대문 시장에서 사 오시는 새 옷이 전부였고 아주 잘 살았던 사촌 언니들이 입던 옷들 뿐이었다.
그런데 소풍 일주일 전 아빠가 청바지란 걸 사 오셨다. 살아온 일곱 해 동안 처음 본 옷이었다. 쨍한 청색빛을 띄는 청바지.
새빨강 점퍼에 챙있는 꽃모자를 쓰고 에지 있게 청바지를 한단 접어 올리면 넘 너무 예뻐 보였다.
나에겐 여태껏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신문물이 바로 청바지였다. 그리고 60명이 넘던 우리 반 아이들 중엔 청바지를 입은 사람은 오로지 나 하나뿐이었다. 얼마나 뿌듯하고 자랑스럽던지 왜 그때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난 그랬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특히 아이들은 친구가 입는 옷을 보고 똑같은 것을 사달라고 엄마한테 떼를 부리는 게 당영한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푸른빛 청바지가 일곱 살 꼬마아이가 그렇게 좋아할 만한 옷은 아니었다 싶지만 난 그때부터 청바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쭉 학창시 절 땐 형편이 어려웠기 때문에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옷은 입어보지 못했고, 직장을 다니고 돈을 벌면서부터는 조금씩 돈을 모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정되어 있는 금액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때문에 지금처럼 앱만 열면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가격비교 사이트도 없었기에 직접 며칠씩 시간 나는 대로 발품을 팔아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100프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70프로 정도의 흡족한 옷이나 가방 등을 살 수 있었다. 지금처럼 모든지 쉽게 살 수 있는 시대도 너무 좋지만 그때처럼 어렵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살 수 있었던 것도 너무 즐겁고 행복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하나하나가 너무 귀하고 소중했던 걸까?
특히 그 시절 좋았던 건 나는 어렸을 적부터 초록색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에 백화점이나 빈티지 샵 보세옷가게 등에선 초록색 옷이나 액세서리들을 다른 컬러들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린 컬러가 계속 유행하고 있는 지금과는 다르게 그때는 옷이나 가방 구두 같은 아이템들은 사람들에게 쉽게 눈에 들어오는 컬러가 아니었기에 그린 컬러의 제품들은 항상 재고로 많이 남아 있었고 세일 제품 중에서도 더 가격 할인이 되어 있는 제품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전세가 역전되어 어디든 그린컬러는 빨리 소진되는 컬러가 되었고 재고로 세일하는 경우도 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그린 러버인 난 요즘 내가 좋아하는 컬러의 옷이나 가방 등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횡재는 꿈꿀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린을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좋아한다는 게 왠지 모를 흐뭇함이 밀려올 때도 있다. 그리고 요즘은 조금 시들해졌지만 유행하는 컬러가 그린일 때는 좀 더 다양한 채도의 그린을 즐길 수 있었고 오 이런 것도 그린컬러가 나오나 싶을 정도의 제품들이 있어 좋았다. 예를 들면 가전제품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나에겐 유행하는 패션이라는 건 조금 불편한 존재이기도 오 정말 참신한 존재인 것 같기도 하다. 내 어떤 사람에겐 모르는 패션에 대한 방대한 정보도 유행 아이템에 따라 발 빠르게 섭렵할 수 있는 좋은 통로가 될 수도 있고 이런것까지도 유행인가 라는 웃음을 짓게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