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이해

- 에너지 뱀파이어와 진상

by 올리브

사무실에는 에너지 뱀파이어가 있다. 물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에너지 뱀파이어는 카페에서 티타임에 혼자 거의 30분을 떠든다. 누군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더라도, 그는 어느새 "그건 그렇고, 나는... 내가"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끝도 없이. 아무도 끼어들 수가 없다. 끼어들어서 화제를 전환해보려 해도 또다시 장악하고 마니까. 그래서 나는 그와 함께 하는 모든 시간이 무섭다. 결국, 피하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업무보고시간이었다.

국장이 내 업무에 대하여 질문을 하자, 그가 대뜸 답변을 했다. 물론 틀린 답변이다. 여기서 발끈한 나의 말, "그게 아니라..." 나의 답변은 맞는 내용이다. 당연하다, 내 업무이니까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니, 나는 필요이상으로 반응했고 그건 역력한 반감의 표시였으리라. 후회했다. '좀 더 유연하게 말할걸, 그렇게까지 반감을 표시한 건 잘못한 거 같아' 나는 자신이 비교적 이성적으로 행동한다고, 업무로 사람을 대할 땐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착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에게 쏘아 올리는 반감의 화살은 그렇게 주고받고 하면서 상처를 남긴다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에는 또한 진상도 있다. 이 역시 내가 생각하는 진상이다.

어느 날 아침 출근하면서 복사기 앞에 서 있는 그녀에게 "일찍 왔네"하고 말을 걸었는데,

그녀가 "방금 왔어요" 한 것을, 복사기 돌아가는 소리 때문이었을까? 내가 잘 못 알아듣고 다시 물었다.

"일찍 왔다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소리, "방금 왔다고요. 일찍 올 수가 없는 상황이죠."

대체 아침부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내가 만만해? 어디다 대고 신경질인가.'

기분 좋게 출근하던 나는 이내 마음이 퍽퍽해졌다.

그녀에 대해 이해해 보자면, 그녀는 아이가 어려서 아이 유치원등원을 시키고 출근한다. 또한 육아 때문에 매일 2시간씩 일찍 퇴근한다. 항상 마음이 바쁠 것이다. 하지만, 나의 '일찍 왔네'는 나보다 일찍 출근한 상대방에게 하는 단순한 인사말이었다. 그날 아침에 내가 들은 답변은 왠지, 많이 억울하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녀의 자격지심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아니면 나의 말들이 상대방에게 호의가 아닌 비난으로 들릴만한 작은 이유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녀는 감정적이다. 표정이 변화무쌍하다. 웃었다가 찡그렸다가. 나는, '어떻게 저럴 수 있지?' 하는 생각과 함께, 아들의 말처럼 '엄마는 너무 T여서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 못 한다'를 떠올리며 이게 과연 방식의 차이를 인정하면 해결될 문제인가 싶었다. 나의 결론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과 내게 진상인 누군가를 가까이하는 것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늘 어렵고 인간에 대한 예의 역시 지켜내기 어렵다.

오늘도 에너지 뱀파이어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하루이길, 진상과의 거리도 유지할 수 있는 하루이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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