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어떨 때는 믿어지지 않는다.

모든 순간, 모든 곳에 남편이 있었다.

by ogi


아직 나는 이사도 하지 못했고, 남편과 함께 지냈던 공간, 지역을 벗어나지 못해서인지 어딜 가든 남편이 떠오른다. 운동을 같이하면 그가 했던 잔소리.

남편과 함께 갔던 음식점, 도서관 등 그가 없었던 곳은 없다.


집 안에도 그의 옷가지와 그의 많은 것들이 무수하다. 정리를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렇게 단시간에 되지도 않을뿐더러.

아직은 모조리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사라던지 적당한 명분이 있을 때면 모를까.


지금도 주변사람들에게 남편의 것들을 나눠줄 때만 정리를 하는 정도이다.

남편은 옷도 좋아했고, 쇼핑자체를 좋아했다. 그는 그것이 자신의 직업이 때문이라고 했다. 예쁜 쓰레기에도 진심이었고.


우리 집의 구매담당으로써, 남편은 나의 옷도 아이의 옷도 모두 자기가 샀다. 덕분에 나는 쇼핑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는 또 다행히도 쇼핑의 욕구는 없었는데, 남편이 없는 것 없이 샀기에 그랬나도 싶다.


예를 들면, 티슈케이스까지는 이해를 한대도 물티슈 케이스도 사길래 그것까지는 모르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물건들이 꽤 많았지만, 그것도 그의 행복이었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랬기에 집에는 남편이 사지 않은 물건은 없다. 가구부터 소품까지.


현실감이 있는 듯 없다. 이 세상은 바뀐 게 하나 없이 똑같은데, 남편만 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아직은 명분이 없이는 하지 못할 일이다. 그냥 없애기에는 꺼려진다. 그가 돌아와서 입을 수도, 신을 수도 없는 옷들과 신발인데도 그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날이 오고 정리하겠지만, 아직은 그때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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