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친정아빠와 아이와 함께해 본 여행

by ogi


아이는 참 해맑아서 감사하지만, 때로는 참 속 편한 놈일세 싶다.


엄마 고래상어 보러 오키나와에 가고 싶어.

츄라우미 수족관에 고래 상어가 있대.


라며 오키나와에 가고 싶다는 것이다.


올해에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이유로


펭귄워크를 보고 싶대서 장례식을 마치고 떠났던

나의 동생과 갔던 삿포로,


사촌과 동생이 있는 미국도 다녀왔는데


또 해외를 가자니


돈이 샘솟는 것도 아니고,

있는 돈을 녹여먹고 있는 판에 싶으면서도


내년이면 학교에 가고

올해는 힘든 일을 겪은 해니까 하며

그럼 가보자 싶었다.


그러나 정말 아이와 둘이 떠날 생각을 하니, 좋은 기분은커녕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하며

숙제처럼 부담스럽기만 했다.


인터넷을 조금 뒤져보니 렌터카 없이는 갈 수 있는 곳이 많이 제한적이고 힘들다고 해서, 같이 갈 사람이 있을까 하다가 친정아빠가 생각났다.


아빠는 협조적인 사람이라 같이 가기엔 제격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단 하나,

암과 함께인 아빠였지만 그래도 기력이 괜찮은 편이라 나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빠와 추억을 만드는 것도 나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결국은 또 나를 위해서다.


어찌 됐건 아빠와 함께 간다고 생각하니, 조금 위안이 되었다.


나의 친구는 친정아빠가 운전을 할 거라는 말에


조심해! 우리 아빠도 출발한 지 10분 만에 사고 냈어.

라며 좌측운전이 낯선 데다가 이제 아빠들의 나이가 순발력이나 대처능력이 예전 같지 않으니 조심하라며 신신당부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아빠에게도 당부했으나,

우리도 결국 렌터카의 3일째 마지막날, 시골길에서 굳이 좌측으로 붙었다가


결국 배수로에 좌측바퀴 2개가 빠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래도 다친 이도 없고, 불행 중 다행이었으나

아이는 자신의 목적지가 코앞에서 일어난 돌발상황에 속상해했고, 결국 나와 아이는 우산을 쓰고 700미터를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친정아빠는 차 안에서 보험회사 견인차를 기다렸고, 바퀴가 건져진 렌터카는 이상 없이 움직여주어서 그날의 일정은 잘 마무리되었으나,


보험가입에도 불구하고, 타이어와 타이어 휠캡은 제외라는 말에 긁힌 타이어 휠캡의 비용으로 8천 엔을 물고 상황은 종료되었다.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래도 지나가면 추억이다라고 생각하며 위안했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지만, 남편 대신 함께해 준 친정아빠와 아이와의 4박 5일 오키나와 여행은 무사히 지나갔다.


돈이 샘솟는 상황도 아니지만, 이러는 이유는 하나이다.


아빠를 잃은 후, 많은 경험들로 아이의 기억 속을 새롭게 채우다 보면


어쩌면 그 일이 그저 다양한 일들 중, 평범하지는 못하더라도 다양한 일 들 중 하나가 될 수 있길 하는 바람이다.


나쁜 일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무언가 흙탕물이 된 상태를, 맑은 물이든 빗물이든 무엇이든 간에 부어 정화시키고 싶은 마음이랄까.


타이어가 배수로에 빠지는 어이없는 일이 여행의 추억이 돼 듯, 그 일도 아이에게 그저 흘러간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길 바라본다.


친정아빠와도 이번 여행이 마지막이 아니라 또 기회가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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