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비슷한 사별가족을 만나다

세상에는 또 우리 같은 사람들도 있어

by ogi

호스피스 병동에서 편지가 왔다.


호스피스 병동은, 나에게 그래도 마지막 순간을 보내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지는 따뜻한 곳이다.

편지를 읽는 순간 눈물이 났지만, 남편과 우리를 기억해 주는 곳이 있다는 곳이 마음을 저릿하게 해올만큼 어딘가 공허했던 것 같다.


오다가다 시간이 되면 호스피스 병동을 들른다. 그곳에 가면 웃으며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가도 눈물을 흘리고 한 번은 울고 돌아오지만 나는 그곳을 간다. 고마운 곳이고, 그가 마지막을 머물고 간 곳이기 때문이다.


병동 사회복지사와 수간호사선생님이

아이와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다른 사별가족이 있다며, 원하면 사별가족모임에 나와서 만나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아이와 비슷하게 아빠를 잃은 다른 아이가 있다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반가웠다. 내 아이가 혼자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혼자만 아빠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로 작은 위안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병원에서 모임에 초대해 줘서 이내 곧 만날 수 있었고, 난 아이에게 물어본 후, 함께 갔다. 그저 어린이집에 안 가고 누나를 볼 수 있다는 것에 신이 났던 것 같다.


그러나 누나는 학교에 가서 올 수 없었으나 자신을 예뻐해 주는 어른들과 미술치료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아이는 그것으로 충분해했다.


대신 헤어질 때 다음번에는 누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여 다른 사별가족의 연락처를 받게 되었다.

우리는 바로 주말에 만나기로 하여 만나게 되었다.


누나는 엄마의 말대로 수줍음이 많았고, 우리 아이는 누나가 좋다며 연신 근처에서 맴돌았다. 다른 가족과 우리는 남편의 나이도 아이가 어린 편이라는 것도, 엄마들의 나이도 비슷한 편이었다.


A의 엄마는 그동안 사별가족으로 어르신들만 봤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가 아직 남편과 사별할 나이는 아니니까, 당연했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며 같이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정말 비슷한 부분에 공감이 많았다.


A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지만,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편하지는 않지만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걸 싫어하는 것은 아니고, 사람들과 헤어지고 엄마와 둘이 집에 갈 때면,


"또 우리 둘만 남았네"


라고 했다고 한다. 엄마의 가슴이 저릿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장례를 마치고 집에 둘만 들어갔을 때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그 집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아이가 원하지 않아 아직은 하지 못했다고 했다.


엄마는 힘들어도 아이 때문에 버텨야 하기에 묵묵히 힘든 시간을 버틴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기에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다들 이렇게 버텨내는구나 싶었다.


나도 슬픔을 지니고 살아보기 위해 이런저런 시도들을 해본다.


그러면서도 때로는 이렇게 힘들고 슬픈 기억을 계속하는 것이 맞나 라는 의문이 들 때도 있다.


굳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슬프게 하는 게 맞는지 말이다.


그 무엇도 정답은 없듯, 나 또한 찾지 못했다.

굳이 고통스러워서 그만하고 싶을 때는 글을 쓰는 것도 멈추고 잠시 그 생각에서 멀어져 있어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무엇이든 촉발이 돼서 다시 어디서든 떠오르는 남편생각은 또다시 망망대해에서 헤엄을 치듯 시작한다.


장례식을 마치고 인사를 하러 갔던 호스피스 병동의 한 간호사 선생님은 나에게 슬픔을 너무 이기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몸을 맡기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라고 했다.

때때로 그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냥 바다에 떠다니듯 파도가 치면 치는 대로 잠잠해지면 잠잠히 그렇게 또 지내보아야겠다.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결국 울고야 만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의 힘듦이, 슬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기에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을 보고, 그들의 글을 읽게 되는 건 그들도 그런 슬픔을 가지고 살아내고 있기에 그 자체에 나도 살아내게 된다.



나의 남편은

그토록 살기를 희망했기에

우리는 그가 끝내 바라던

살아있는 삶을

사치스럽게 밀어낼 수 없기 때문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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