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8화 그때 그 말을 하지 말 걸

by 와이즈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말이다.
칼보다 날카롭고, 주먹보다 오래간다.
나는 그걸 너무 늦게 배웠다.

그날도 별것 아니었다.
사소한 오해.
사소한 짜증.
그런데 감정이 쌓이니, 별것 아닌 게 칼날이 됐다.
나는 그 칼을 들이밀었다.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짧고, 무심하고, 잔인한 말.
그 순간, 우리는 동시에 침묵했다.
말이 아니라, 관계가 끊어졌다.

그녀는 웃지도 않았다.
변명하지도 않았다.
그저 잠시 내 눈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과, 조용히 닫히던 문.

후회는 그날 밤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미안하다는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괜찮아진 건 상처가 아니라, 거리였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려다 끊었다.
메시지를 쓰다 지웠다.
“미안해”라는 두 글자가 그렇게 어렵다니.
미안함이 쌓일수록, 더는 손을 내밀 수 없었다.

지금도 그 순간을 떠올린다.
마주 앉아 있던 테이블, 흔들리던 컵, 그녀의 숨소리.
그리고 내 입에서 흘러나온 그 짧은 한 문장.
“너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
그 말이 내 삶에서 한 사람을 지워버렸다.

나는 그녀를 잃은 게 아니라, 스스로를 잃었다.
후회는 그렇게, 매일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아직도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


그 이후

시간이 흘러
주변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이야기를 쌓아간다.
나도 겉으로는 변한 듯 지냈다.
하지만, 내 안에는 여전히 멈춘 장면이 있다.
그날, 그 말.

모든 후회는 한 장면에 갇힌다.
그리고 그 장면은 끝내 변하지 않는다.

나는 그 순간을 수십 번, 수백 번 다시 꺼내보며
다른 말로 바꿔보기도 했다.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다시 얘기하자”
하지만 상상 속의 대사는 현실을 고치지 못했다.


가끔은 상상한다.
그때 내가 침묵했다면,
그녀는 아직 내 곁에 있었을까.
아니면, 이미 떠나고 있었을까.

후회는 언제나 만약을 동반한다.
그 만약이 사람을 갉아먹는다.
현실을 고칠 수 없으니, 상상으로 반복한다.
하지만 그 상상은 끝내 아무것도 바꾸지 않는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 자란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어떤 실수는 성장이 아니라 흔적만 남긴다.
나는 그 흔적 위를 매일 걷는다.
때로는 조심스레, 때로는 무심하게.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흔적을 완전히 지운 적은 없다.

그때 그 말을 하지 말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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