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12화 울지 않았을 뿐, 괜찮았던 건 아니었으니

by 와이즈

나는 간혹 오해를 받는다.
“강하다.”
“잘 버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나는 그저 잘 울지 않을 뿐이다.

울지 않았던 순간들을 떠올린다.
장례식장에 앉아 친척들의 눈물을 보며, 나는 담담한 척했다.
가슴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의젓하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의젓한 게 아니라, 고장 난 거라고.

어떤 날은 친구와 헤어지고 돌아서는 길이었다.
그날 밤, 휴대폰 불빛에 눈물이 고일 듯했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때도 사람들은 말했다.
“쿨하다.”
나는 알았다.
쿨한 게 아니라, 표현할 길을 잃어버린 거라고.

울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게 아니다.
오히려 울지 못할수록 마음은 깊은 곳에서 곪는다.
언젠가 터질 듯이 차오르면서도, 동시에 끝내 터지지 못한다.
그 정체 모를 압박감이 내 일상을 뒤덮었다.

나는 이제 조금씩 배운다.
울음은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눈물은 감정을 비워내는 통로이고, 마음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숨구멍이라는 걸.

그래서 요즘은 억지로라도 울려고 한다.
슬픈 영화에 눈을 맡기거나, 오래된 음악을 틀어놓는다.
그렇게라도 울어야만, 나는 비로소 괜찮아질 수 있다.

괜찮다는 건, 울지 않는 게 아니라
울고 난 뒤에도 다시 걸어가는 일이다.


쏟은 눈물은 다시 용기로, 호흡으로 채워질 것이다.

그리고 결국, 다시 살아낼 힘으로.


우리에겐 언제나, 채워낼 힘이 남아 있다.

때로는 너무 작아 보이지만,

그 작은 힘이 하루를 이어가게 만든다.

아침에 눈을 뜨게 하고,

저녁에 숨을 고르게 하고,

내일을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에겐 아직 말하지 않은 위로가 있고,

아직 베풀지 않은 인정이 있고,

아직 꺼내지 않은 웃음이 있다.

그것들이 언젠가 차례를 기다리듯,

조용히 우리 안에서 버티고 있다.


그래서 울어도 된다.

흔들려도 된다.

울음 뒤에 채워질 무언가가 있다는 걸,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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