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마음의 수리법

16화 사랑에 서툴렀던 나를 안아주는 법

by 와이즈

나는 사랑에 익숙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깊이 좋아해도,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늘 서툴렀다.
다정하고 싶은데 말투가 딱딱해지고,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농담으로 얼버무리곤 했다.
좋아한다는 마음이 분명 있었지만, 그 마음을 어떻게 건네야 할지 몰라 자주 비틀렸다.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한여름, 그 사람은 내 앞에서 서운함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넌 가끔, 네가 날 좋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그 말은 충격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진심이었는데, 내 서툰 방식이 상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밤 나는 잠들지 못했다.
‘내 마음은 분명한데 왜 전해지지 않을까?’
자책과 혼란이 뒤섞여, 한참을 불 꺼진 방 안에서 뒤척였다.

돌이켜보면, 나는 사랑하면서도 늘 ‘정답’을 찾으려 했다.
연락은 몇 번이 적당할까, 선물은 언제가 좋을까,
상대가 원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할까.
사랑이란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게 아니라, 매 순간 시험 문제를 푸는 학생처럼 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러움 대신 긴장만 남았다.
결국 사랑은 편안함이 아니라, 내 안에서 또 다른 압박으로 변했다.

이제는
사랑에 서툴렀던 나를 탓하기보다, 그때의 나를 안아주어야 한다.
그 시절의 나는 그저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상대를 아끼고 싶다는 마음은 진짜였고, 다만 표현이 엉성했을 뿐이다.
그 미숙함조차도 그때의 나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괜찮아. 너는 몰라서 그랬던 거야. 그래도 진심이었잖아.”
마치 울고 난 아이의 등을 토닥이듯,
나는 내 지난날을 스스로 달랜다.
그 순간 나는 조금 덜 미안해지고, 조금 더 단단해진다.

사랑에 서툴렀던 나를 안아주는 일은 결국, 앞으로의 사랑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나를 용서할 수 있어야, 다시 다가올 사랑 앞에서 겁내지 않을 수 있다.
사랑은 완벽해야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서툼을 품어주는 일이니까.
내가 내 서툼을 안아주지 못한다면, 다른 누구의 서툼도 안아줄 수 없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다.
앞으로도 사랑 앞에서 또다시 어색하게 웃을 수 있고,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서툴렀던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모습마저 자신의 일부로 인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에 서툴렀던 나를 안아주는 법은,
결국 나를 받아들이는 법과 같다.
그리고 그 받아들임 속에서,
비로소 누군가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사랑에 서툴렀던 나를 안아준다는 건, 단순히 과거를 위로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건 곧 지금의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앞으로의 나를 어떻게 세워갈 것인가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사랑이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가 복잡해서일까, 아니면 그 안에서 드러나는 내가 불편해서일까.

돌아보면, 힘들었던 순간 대부분은 상대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었다.

내 안의 결핍, 불안, 두려움이 사랑을 왜곡했다.

그럼에도 그 모든 걸 상대의 탓으로 돌렸다.

“네가 더 다정했더라면, 네가 더 확신을 줬더라면.”

하지만 사실은, 내가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사랑은 결국 자기 자신을 대하는 태도의 반영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은 상대의 작은 행동에서도 불신을 발견한다.

나를 존중하는 사람은 상대의 실수조차 이해할 수 있다.


그 차이를 늦게 배웠다.

사랑의 기술을 배우기 전에, 자기 자신을 대하는 기술부터 익혀야 한다는 것을.


사랑에 서툴렀던 내 과거는 여전히 부끄럽다.

하지만 이제는 그 부끄러움마저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부끄러움은 성장의 흔적이고, 미숙함은 성숙으로 가는 통로다.

과거의 서툼이 없었다면, 나는 결코 지금의 깨달음에 닿지 못했을 것이다.


더 이상 ‘잘하는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대신 ‘진심인 사랑’을 원한다.

사랑은 완벽할 수 없고, 사람은 언제나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 사랑은 오히려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진다.

서툴렀던 나를 안아줄 수 있다면, 상대의 서툼도 함께 껴안을 수 있다.


결국 사랑은 거대한 일이 아니다.

밥을 같이 먹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피곤한 얼굴을 보며 잠시 웃어주는 것.

그 단순한 일들을 반복하면서 서로의 하루를 나누는 것.

서툴렀던 과거의 나는 그 단순함을 몰랐다.

사랑을 특별하게 만들려 애쓰다 보니, 오히려 사랑을 어렵게 만들었다.


이제는 안다.

사랑은 특별함 속에서 자라는 게 아니라, 평범함 속에서 단단해진다는 것을.

나를 안아주는 법을 배운 지금, 나는 사랑을 조금은 덜 무겁게, 덜 두려워하며 맞이할 수 있다.


사랑에 서툴렀던 나는 여전히 내 안에 있다.

가끔 불안해하고, 가끔 의심하고, 가끔 실수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습을 내쫓지 않는다.

그때의 나도 내 일부이고, 그 나를 품어주는 게 진짜 어른스러운 사랑이라는 걸 알게 됐다.


사랑에 서툴렀던 나를 안아주는 법은 결국,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손을 잡는 법이다.

그 손을 맞잡고 앞으로 걸어가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나에게 끌려가지 않는다.

대신 오늘의 나로, 내일의 사랑을 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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