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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안녕 Jan 03. 2025

반클**의 저주

(감사의 뽀뽀) 마지막 편

아내는 블랙박스 영상을 제출하면 남편이 차를 뒤졌다면서 화를 낼까봐 걱정했고, 결국 소장을 제출할 때 블랙박스 영상은 제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그 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소위 상간녀 소송을 진행했다는 사실이 그 여자를 통해 남편의 귀에 들어갔고, 남편은 바람난 배우자가 흔히 그러듯,  ‘너만 가만히 있었으면 어차피 끝났을 감정이었다’라면서 흥분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당장 소송을 취하하라고 했고, 아내는 아직 어린 자녀가 걱정되고, 당장은 남편과 이혼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소송 취하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소송을 그만두기 전까지는 아내에게 친절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아내에게 상냥하게 굴었고, 한 달쯤 지나자, 그 여자는 ‘부정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라는 내용의 답변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아내는 남편의 블랙박스에서 그 여자의 존재를 다시 발견했습니다. 

           

“와이프 아직 소송 취하 안 했지?”

“응... 그런데 너는 이혼 안 할 거야?”

“남편하고 사이는 계속 안 좋지. 하긴 해야 하는데. 언제 말을 꺼낼지 모르겠어.” 

“너한테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 같아. 그래서 이혼 미루는 거 아니야?”

“오빠... 나는 오빠한테 다 줬어. 우리 잤잖아. 난 아무랑은 안자. 오빠한테 다 준다는 생각으로 잔거야.” 

    

아내의 숨이 턱 막혔습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남아있다고 생각했던 털끝 같은 희망도 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아내는 복수심에 불타올랐고, 남편과 이혼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변호사와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은 아내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자 어느 날 심각한 목소리로 ‘소송을 취하하지 않으면 이혼하자’라는 말을 꺼냈습니다. 뻔뻔하기 그지없는 남편의 말에 아내는 ‘유책 배우자는 이혼 청구할 수 없는 것도 모르느냐’라고 대꾸했습니다. 남편은 그 말에 몹시 당황하더니 갑자기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나 그 여자랑 한번 살아보고 싶어! 그런데 이혼하지 않으면 안 만나주겠대. 애 초등학교 졸업하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올 테니, 제발 이혼만 해 줘!”      


오랜 연인이자 남편이었던 사람이 이런 파렴치한 사람이었다니. 아내는 그 모습을 더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그 여자와 남편이 남편의 차량 앞쪽에서 껴안고 키스하는 영상을 재판에 추가로 제출했습니다.      


지금까지 남편과 부정행위를 한 적이 없다던 그 여자는 아내가 제출한 영상을 보고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소외인(남편)으로부터 고가의 목걸이를 받았고, 고마운 마음에 그 대가로 포옹과 뽀뽀를 해주었을 뿐이며, 결코 성관계한 사실은 없다"라고.

      

그깟 목걸이가 뭐라고, 고마워서 뽀뽀를 해줬다니. 아내는 그 여자의 답변을 보고 웃음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블랙박스 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그날로 집을 나가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시부모님의 설득에도 남편은 ‘아내가 소송을 취하하지 않아도 그 여자가 아내에게 주게 될 돈은 내가 대신 내주면 그만이고, 나는 그 여자와 한 번은 살아봐야겠다’라는 억지를 부렸고, 시부모님은 남편과 아내가 이혼하면 재산은 남편이 아닌 손자에게 물려주겠다고 공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아내는 마지막으로 확보했던 남편과 그 여자가 나눈 ‘모든 것을 주었다’라는 대화를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는 변론 기일이 잡히기 전까지 아무 답변도 하지 않고 있다가. 본인의 변호사를 통해 ‘부정행위 사실을 인정한다’는 짧은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아내는 통상적인 위자료 소송에서 청구하는 금액인 3,000만 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청구했었는데,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아내의 청구 금액을 전액 인정했습니다. 물론 아내가 입은 상처의 크기와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그 여자의 불법행위가 적힌 판결문이 그나마 위로가 되었습니다.

     

몇 달 뒤, 아내는 남편과 재판이 아닌 협의로 이혼했습니다. 아내에게는 남편의 유책사유를 들추면 받을 수 있었던 위자료와 재산분할보다 자녀의 행복이 더 중요했습니다. 시부모님은 전 재산을 손자에게 상속하는 유언장을 작성하셨고, 아내는 지금 사는 아파트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남편으로부터 매월 1,000만 원의 양육비를 받기로 했습니다. 아내는 실익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당시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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