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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안녕 Dec 30. 2024

반클**의 저주

(감사의 뽀뽀) 3편

아내는 한적한 카페로 그 여자를 불러냈습니다. 아내는 약속한 시각보다 조금 일찍 카페에 도착했고, 며칠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그 여자를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그 여자가 들어왔습니다. 두리번거리던 여자는 아내를 보고 천천히 다가와 맞은편에 앉았습니다.      


“안녕하시냐는 말씀은 못 드리겠네요. 길동씨(남편의 가명) 일로 보자고 하셨죠?”     


아내는 기가 막혔습니다. 최소한 사과의 말이라도 먼저 꺼낼 줄 알았는데, 그 여자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아내는 휴대전화로 모든 내용을 녹음하면서 그 여자에게 남편과 언제부터 만나기 시작했는지 물었습니다.      


그 여자는 작년에 가입한 골프 동호회에 길동씨를 만났고, 그와는 골프를 치는 친구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길동씨가 자신을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가정이 있는 유부남이기 때문에 길동씨와 부적절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아내가 그 여자가 남편에게 입맞추는 모습을 보았던 데 있었습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당신을 불러낸 것 같아요?”라고 아내가 나긋한 말투로 이야기하자, 그 여자는 살짝 눈치를 보더니 더 당당하게 나가기로 마음먹은 듯 했습니다.       


“물론 기분이 좋긴 했어요. 나를 좋아한다는 사람이 큰 치과병원을 운영한다는 원장이니까. 내가 그 정도 매력은 있나하고 으쓱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당신 남편의 애정 표현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는 말이에요.”   

  


마치 선심을 썼다는 듯한 그 여자의 말에 아내의 머리는 차갑게 식어갔고, 더는 그 여자의 거짓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 여자는 황급히 '앞으로는 만나지 않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앞으로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은 꼭 지키라’고 경고하고, 그 여자 앞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아내는 변호사를 찾아가 그 여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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