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A는 휴대전화에 뜬 번호를 보고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이 딸의 친구인 OO의 엄마였기 때문입니다. 학부모 모임에서 만나 서로 번호를 교환하였지만, 연락할 일이 없는 사이였습니다.
"여보세요?"
-아 네, 아버님. 저 OO 엄마예요~
"아,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일로 전화 하셨을까요? 혹시 저희 아이랑 OO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아뇨, 그건 아니고 제가 오늘 OO데리고 나갔다가 영우(딸, 가명)를 만났는데 이상한 일을 겪어서요...
A는 대충 얼버무리며 통화를 마치고 격분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날은 이혼한 전처가 딸과 만나는 면접교섭일이었습니다. 전처와 시간을 보내고 온 딸은 A가 오늘 어땠는지 물어도 대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짐짓 화가 난 얼굴로 자신의 방으로 쏙 들어가버렸습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이라 사춘기가 올 나이도 아니었기에 전처와 무슨 일이 있었나 짐작만 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런데 방금 온 전화의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딸과의 면접교섭일에 전처가 남자를 대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OO의 엄마가 A와 전처가 이혼을 했다거나 그날이 면접교섭일이라는 사실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전처가 자연스럽게 남자를 자신의 남편이라고 소개했기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 연락했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번호를 받아 저장해보니 A가 아닌 다른 남자와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이 카톡 프사로 저장되어 있어 혹시 연우의 친모는 맞는지 걱정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A가 이혼한지 2년이 되었기 때문에 A나 전처가 만나는 사람이 있다거나, 재혼을 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딸에게 그 상대를 소개할 때는 딸의 나이와 정서상태를 고려하여 최선의 상황에서 조심스럽게 이루어져야만 했는데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는 점도 문제였고, 무엇보다 절대 소개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실, A의 이혼은 전처의 유책사유 때문이었습니다.
A는 어린 나이에 의도치않게 전처와의 사이에서 딸을 갖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제 둘 다 성인이 된지 얼마 안된 나이였지만, 전처에 대한 애정도 있었으며 딸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혼인신고를 하고 결혼생활을 꾸려 나갔습니다.
이런저런 다툼들도 있었으나 A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전처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미 결혼 5년차에 한번 외도를 하였으나 A의 인내로 상황이 봉합된 바도 있었습니다.
전처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자신도 경제활동을 하겠다며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였습니다. 업무시간이 자주 바뀌는 아르바이트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육아에도 소홀해졌습니다. A는 이제 자신이 전처를 서포트해주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양육을 도맡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전처와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장소까지 태워다 주려고 하는 등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처는 다시금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휴대전화에 잠금을 걸고, 집에 있을 때도 수시로 휴대전화를 확인하곤 했습니다. 수시로 아르바이트 하는 곳의 직원 회식이 있다며 새벽에 귀가하기도 했습니다. A는 참다못해 전처의 뒤를 밟았습니다.
처음에 회식자리에서 참석하는 것을 보고 그냥 돌아가려하였으나 얼마 지나지않아 회식자리에서 상간남과 전처가 단둘이 빠져나왔습니다. 그들의 행선지는 호텔이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쫓아들어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전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처는 걸려온 전화를 수신거부하였습니다.
그날 아침이 밝아서야 귀가한 전처를 추궁하자 전처는 모든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카톡내용을 A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전처가 적극적으로 상간남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 미안하다 는 말을 하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전처는 발각 다음날 "나는 상간남을 사랑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그러니 너와는 이혼하겠다"라는 연락을 남긴 후 딸을 두고 가출하였고 그 후부터 상간남과 동거를 시작하였습니다. A는 자신이 지켜온 가정이 산산조각 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A는 전처와 상간남에게 시간을 소모하기보다는 딸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빠르게 협의이혼을 진행하였습니다. 전처는 자신이 유책배우자로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재산의 대부분을 A에게 남기고 이혼하는 것으로 협의이혼에 동의하였습니다. A는 다시는 전처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처는 딸의 엄마였고, 딸을 만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