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의 화신

1편

by 오늘도 안녕

L은 최근 남편의 변한 태도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습니다.


L과 한 번 남편과의 이혼 소송을 준비했던 적이 있습니다. 이혼 사유는 남편의 폭력과 폭언이었습니다. 처음 이혼을 준비할 당시 L이라고 해서 장난처럼 이혼을 준비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당하며 결혼생활을 유지하느니 이혼하는 것이 백번 낫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부 사이는 칼로 물베기라고 하는 속담처럼, L과 남편은 화해하고 나면 그 누구보다 사이가 좋은 부부였기에 그 뒤에도 부부로의 사이를 유지해나갔고 결국 이혼은 유야무야되었습니다. 그렇게 한 번 진통을 겪고 나니 부부 사이는 되려 좋아졌고 서로 잘 지내기 위해 노력하는 상태였습니다. 남편의 폭력과 폭언도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의 태도가 좀 변했습니다. L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L이 남편이 수상한 행동을 했을 때 추궁하던 것이 싸움으로 번졌다면 이번에는 정 반대였습니다. L의 평범한 행동에도 남편은 과민하게 반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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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사무실에서 7시에 나온다며!”

“갑자기 사무실에 전화가 와서 늦었어.”

“전화를 너는 두 시간씩이나 해?”

“전화하고 그 손님이 사무실로 찾아왔으니까 그렇지. 저녁 먹었어?”

“저녁이 입에 들어가겠어?”

“안 들어갈 건 또 뭐야? 그럼 나도 안 먹었으니까 지금 차려먹자.”

“그 손님 뭐하는 놈인데 갑자기 찾아와?”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원래 이 일이 찾아오는 손님 붙잡아서 돈 버는 건데.”

“참나, 밥은 너 혼자 먹어라. 난 안 먹을란다.”


L은 처음에는 단순히 남편이 밥을 먹지 않고 기다리다가 화가 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밥을 애정의 척도로 생각하는 그런 남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매스컴에서 자주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점점 도를 넘었습니다.


“야, 너 미쳤어?”

“뭐라고?”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친구 만난다고 했잖아. 은정이 만난다구.”

“잠깐 얼굴 봤으면 재깍 들어와야지. 유부녀에 애 엄마가 지금 밤 11시까지 밖에 있는다고? 제정신이 아닌 X들끼리 잘 논다!”

“지금 나 두 달 만에 친구 만난거야. 그리고 지금 재결합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시작이야?”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남편은 감정이 격해지자 다시 폭언을 시작했습니다. L은 크게 실망했지만 어떻게든 잘 살아보고자 하는 마음에 며칠 후 남편을 앉혀놓고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대체 왜 그래? 뭐가 문제야?”

“너 진짜 나한테 할 말 없어?”

“왜~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니 XX, 니 양심에 비추어보면 할 말 있을 거 아냐!”

“무슨 말! 어휴, 잘 살아 보자더니 왜 저래, 진짜!”


남편은 지갑에서 무언가를 꺼내 L에게 던졌습니다.

L은 남편이 던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L이 지난 이혼 소송 중 만났던 남자인 H가 써준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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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바람피웠더라?”

“...너 내 차 뒤졌니?”

“할 말 없으니까 이제는 차 뒤졌냐는 소리가 나오네. 너 상간녀야, 이 미친 X아!”


짜악-


남편은 L의 뺨을 때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씩씩댔습니다.


“와, 진짜 뻔뻔하다. 그러고도 뭐 잘못한 거 있냐고?”

“이거 편지에 날짜도 쓰여 있잖아! 읽어봤음 알거 아니야. 너랑 이혼 소송 중에 잠깐 만난 거야. 너한테 비난 받을 행동 아니야!”

“이혼 소송 중이면, 부부 아니야? 이게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남편은 L에게 마구 폭언을 퍼부어대다가 제풀에 지쳐 방에 들어갔습니다. L은 자리에 주저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했습니다. 우습게도 당장 이번 주말에 예약해놓은 가족여행이 떠올랐습니다. 조금이라도 환불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휴대폰을 켜던 찰나, 남편이 다시 방에서 나왔습니다.


“내일모레 놀러 가게 짐이나 싸.”

“여행...가려고?”

“왜, 또 이혼소장 날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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