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편
L은 차라리 들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남편과 재결합하면서 자신은 떳떳하다고 생각했지만 조금은 마음에 걸렸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남편이 알게 되었으니 마음 졸일 필요도 없었습니다. 남편이 화가 많이 났지만, 이정도 폭력과 폭언은 지난 결혼 생활을 떠올려 보면 심한 것도 아니었기에 금방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주도에서 L의 가족은 몹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행 직전에 그런 싸움이 있었다고는 알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오랜만의 가족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L은 내심 여행을 다녀와 무슨 일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예상외로 남편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평온하던 시간이 흐른 몇 주 후, 남편은 L을 밖으로 불러냈습니다.
“나 너랑 이혼해야겠다.”
“뭐라구?”
“못 들었어? 상간녀랑은 못 살겠다고. 이혼해야겠다고.”
“여행 잘 다녀오고 나서 왜 이래? 너 진짜야?”
“그럼 장난이겠어? 이번에는 니가 유책배우자니까, 잘 준비해. 나도 변호사 선임했으니까.”
코미디 같은 상황에 L은 머리가 멍했습니다. 통보를 받고 함께 집으로 귀가한 L은 남편을 붙들었습니다.
“왜, 왜 그러는데.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냐.”
“나 며칠 전에 너네 사무실 갔었거든? 나 니 컴퓨터에서 니 카톡이랑 다 봤어. 사진도 찍어 놨고.”
“근데?”
“근데? 와...내가 모를 줄 알았어? 언제까지 숨길 거였는데?”
“뭐를...너 설마!”
“이제 좀 생각이 나셨어? 너 전에 그 남자네 부모한테 인사까지 했더라. 우리 OO이 데리고 가서 같이 밥도 먹고? 이건 아니지. 잠깐 바람이 아니라 그냥 나에서 그 남자로 갈아타려고 했던 거잖아!”
남편은 L에게 다시 한 번 폭행을 가했습니다. 이번에는 몸 곳곳에 멍이 들고 며칠간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심한 폭행이었습니다. 각종 폭언은 덤이었습니다.
L은 이제는 남편과의 재결합을 그만둘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변호사를 찾았습니다. 가장 궁금한 건 자신이 상간녀이고, 유책배우자인지였습니다.
“제가 바람을 피운 건가요?"
아직 이혼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서로 법률상 배우자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다른 이성과 만남을 가질 경우 혼인의 보호법익을 침해하여 상간자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된 이후에 이루어진 만남은 불법행위로는 보지 않습니다.
L은 묻어두었던 다른 기억을 꺼내왔습니다. 남편이 유흥업소에 다니고, 지인들과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행동을 해왔습니다. 아내는 이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남편과 크게 싸웠습니다. 그 때마다 남편은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것은 남자라면 대부분 다 하는 행위이고, 성관계는 맺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지인과의 음담패설은 그냥 분위기를 맞추어 주기 위해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남편은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흥업소를 출입하고 부정행위를 저질러왔지만, 이혼 소송 중의 아내의 부정행위를 참을 수 없다는 내로남불의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재결합을 하며 더 이상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L과 약속하였지만, 폭력적 성향도 버리지 못한 남편이 약속을 지켰을 리 만무하였습니다.
L은 관련 증거를 모아, 혼인 파탄의 원인에 남편의 책임도 있음을 강조하였고 결국 특정인을 유책배우자로 보지 않고, 상호 갈등의 심화로 인한 혼인관계의 종국적 파탄인 것으로 재판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혼 소송 중에 다른 이성을 만나는 행위는 상간자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더불어, 결혼생활 중 자신의 행동은 어떠했는지 되돌아보지 않고 상대의 행동만을 문제 삼는 내로남불식 태도 역시 지양하여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