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건너의 두 남편

2편

by 오늘도 안녕


친구는 A의 마음을 다 읽었다는 듯 말했습니다.


“그리고 혹시 알아? 거기 오는 한국인들은 죄다 대학생에 배운 애들이라더라. 거기에서 여대생인 척 하다가 한명 낚아서 콱! 결혼해 버릴지.”


“그건 거짓말이잖아.”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 알 게 뭐니? 남자들이 여자 속이고 바람피우는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아휴, 말만 말고 그냥 좀 가보자! 아무 일 없을 거라니까?”


A는 친구에게 끌려, 이태원의 클럽으로 들어섰습니다. 엄청나게 큰 음악소리와 조명 때문에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바 앞으로 가서, 대충 아무 것이나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딱 봐도 독해보이는 술이 작은 잔에 담겨 나왔습니다. 주인도 외국인이고, 남성들은 대부분 주한미군이었고, 여성들은 A라면 입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못할 화려하거나 노출이 있는 옷들을 입고 스테이지를 누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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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가자...”

“너 지금 이거 술 한 잔이 얼만지 알아? 우리 열 끼 밥값이야. 좀만 구경하다 가자.”


친구의 권유에 비싼 술을 억지로 들이키고 음악소리에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술기운에 대화할 무렵, 주한미군 남성 두 명이 다가왔습니다. 무어라 말을 하는데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말인지를 몰라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들은 A와 친구의 술값을 계산하더니 강제로 둘을 일으켰습니다.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한 A와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노를 연발하였습니다.


언성이 높아지자, 바 주인이 누군가를 불러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P입니다.”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자, A는 그 사람이 마치 구원자처럼 느껴졌습니다.


P는 A와 친구의 말을 끝까지 듣더니, 두 명의 주한미군에게 상황을 설명해주고 자신의 돈을 대신 내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주인이 와서 A와 친구를 바에서 내보냈습니다. 둘이서 안도의 한숨을 쉬던 찰나 P도 밖으로 나왔습니다.


A와 친구는 P에게 감사인사를 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땡큐, 땡큐.”


P는 씨익 웃더니,자신의 펜을 꺼내어 무언가를 적은 종이와 A에게 주었습니다.


“저, 한국, 친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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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P의 이름과, 군부대 내 주소가 적힌 종이를 받아들었습니다. 그때부터 A의 꿈같은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A는 영어를 거의 못했고, P도 간단한 한국어로만 소통할 수 있었으나 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A와 P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나갔고, P가 외출허가를 받을 때마다 서울 곳곳에서 데이트를 하였습니다. 주변의 시선은 따가웠고 가족들의 반대도 심하였지만 A는 처음 찾아온 사랑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둘이 사랑을 키워나간 지 2년정도 되었을 때, P는 본국으로 복귀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A는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리고는 자신을 미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말했습니다. P는 A에게 반지를 주며 청혼했습니다. 가족들 모두 미국에 가서 어떻게 살려고 하냐고 말렸지만 A의 결심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꿈꿔오던 미국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행복할 거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A의 기대와 현실은 많이 달랐습니다. P와 사귀며 조금 배웠던 영어로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국에서 P를 리드하며 데이트하던 A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을 P에게 의존해야 했습니다. P가 없으면 하루 종일 집에만 있었습니다. P의 직업상 군사기지 주변이나 시골에 거주해야 했기 때문에 주변에 한국인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한인교회도 없는 곳이었습니다. 김치 한 입만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그렇게 오고 싶던 미국의 모습도 아니었기에, A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P와의 다툼도 잦아졌습니다. 아이를 둘을 낳으면서 호전되리라 생각했던 P와의 관계는, 의사소통의 절벽 앞에서 좌절되었습니다. 아이를 보면서 외부활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했기에 A의 영어실력은 도무지 늘지를 않았습니다. P는 아예 한국어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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