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슬픈 어른이 되는 방법
'포커페이스'
학창 시절 내가 가지고 있던 별명 중 하나다.
나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다. 긍정적인 감정도, 부정적인 감정도.
투명하게 있는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을 보면 부러움을 느낄 때도 많았다.
언젠가 엄마가 물었다.
"너도 뭔가 폭발하는 감정을 드러내고 싶을 때 있지 않아?"
"난 이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지도 잘 모르겠어. 이게 그냥 나인가 봐."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생활을 하면서 그제야 조금씩 변화가 생겼다.
아이에게 "감정을 표현해야 친구나 선생님이 알 수 있어."라고 말하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
'네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니?'
감정 표현은 점점 나에게 숙제가 되었다.
학교에서 감정 조절에 대해 배우며 감정 억제에 대해 다루었다.
감정 억제는 발생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것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낮은 행복감으로 연결된다. 또, 이 과정 자체가 인지적 부하를 주어 인지 능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감정 억제에 관련된 흥미로운 실험이 있었다.
성인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각각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 집단에게만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과제를 주었다.
성인의 경우 인지적 사고를 통해 감정 억제를 하기 때문에('감정을 드러내면 안 돼.'라고 생각한다) 이후 요구된 인지적 과제에서 감정 억제를 요구받은 집단이 더 낮은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유치원생의 경우 인지적 사고보다 주로 행동(웃지 않기 위해 입을 가리기)으로 감정 억제를 하기 때문에 통제 집단과 이후 요구된 인지적 과제에서의 결과 차이가 없었다.
인지적 사고 능력을 퇴화시킬 수는 없으니 성인들은 감정을 억제할수록 인지적으로 고통받게 된다.
아이들처럼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입을 막아도, 눈물이 나오는 걸 손으로 막아봐도 소용이 없다.
역시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감정은 억제하지 않고 조절하거나 올바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건강하다고 한다.
부정적인 감정은 억제해도 감정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고, 긍정적인 감정은 억제하면 점점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이 덜 슬픈 어른이 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