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사탕과 솜사탕
나는 별사탕과 솜사탕 둘 다 설탕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게 신기하다.
같은 물질을 이렇게 다른 방식으로 뭉쳐놓을 수 있다니..!
나의 오래된 기억은 금세 흐릿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기억을 별사탕처럼 단단하게 만들어두고 생각날 때 오독오독 깨물어먹곤 하던데.
나에게 있어서 기억은 솜사탕처럼 형체가 없고 느낌으로만 남아있다.
먹는 거라면 난 별사탕보다 솜사탕이 좋지만 기억에서는 반대다.
내 남자친구는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도 아주 선명하고 단단하게 간직하고 있다.
유치원생 때 밖에서 뛰어놀던 날의 바람과 햇살, 자신을 바라보던 선생님의 표정까지 기억이 난다고 했다.
중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한 밤 드라이브에서 들었던 팝송, 그때의 감정과 생각도 생생하다고 했다.
"모든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도 꼭 좋지많은 않아. 굳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도 많잖아."
그는 웃으며 말했지만 난 그런 남자친구가 사실 조금 부럽다.
이미 흐릿해져 버린 오래된 기억들이 아까워서다.
내 어린 시절 기억들을 돌이켜보면 좋은 순간도 참 많았는데.
추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을 때 단단하게 뭉쳐진 기억을 입에 넣고 녹일 수 있다면.
행복한 기억을 구체적으로, 오래 간직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기억과 관련된 뇌의 작용에 대해 찾아보았다.
기억과 관련된 중요한 뇌의 부위는 해마로, 작업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해마의 기억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장기강화(LTP) 현상이 있다.
장기강화(LTP)란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 연결 강도가 높아져 장기기억이 형성된 상태를 뜻한다.
해마는 다른 뇌 부위와 광범위하게 연결되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자극을 받아들이는 집합 장소이기 때문에 다양한 감각자극을 활용하는 것이 장기강화(LTP)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행복한 순간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그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는 거다.
남자친구의 이야기와도 들어맞았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순간의 공기, 소리, 느낌에 집중해야 한다.
살아간다는 건 빈 유리병을 별사탕으로 채워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Reference.
조주연 외. “뇌내 해마의 장기강화(LTP) 현상에 대한 이해와 교육적 시사점”. 초등교육연구 25.2 (2012): 307–329.
"Take care of the moment. It's all we have." _영화 <인사이드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