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다

쉼표, 꾸준함을 위한

by 검도하는 해달

‘한결’이라는 단어를 말하려면, ‘니은’ 받침을 먼저 발음하고 다음 초성 ‘기역’으로 넘어가야 한다. ‘니은’은 코가 울리는 듯한 소리, ‘기역’은 숨이 막혔다가 팍 터지는 소리가 난다. 이 두 자음을 연달아 읽는 것은 마냥 쉽지만은 않다. 환경에 따라서는 앞에 오는 니은을 이응으로 발음하거나, 뒤에 오는 기역을 비음처럼 발음해야 한다. 이때, 순행이나 역행동화가 일어나면서 자음들의 성격이 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음 표기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검도에서는 평정심과 부동심을 중시한다. 평정심은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한 상태, 부동심은 마음이 외부의 충동에도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바다에 빗대면, 파도가 일렁이지 않고 잔잔한 상태이다. 타격이 곧고 정확하게 나오려면, 평소에도 마음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어떤 일 때문에 마음이 불안해서 집중하기 어려울 때, 타격이 시원찮은 경우가 많았다. 이때, 손이 풀린다거나 칼이 흐트러진다는 표현을 쓴다.


‘한결같다’는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어느 것 하나 쉽게 되는 것은 없다. 단어를 발음하는 것도, 동작을 하나 해내는 것에도 많은 노력이 든다. 단어를 발음하려면 코와 목 등 조음기관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고, 동작이 타격으로 이어지려면 마음까지 갈고닦아야 한다. 일상도, 일도 마찬가지다. 뭐가 됐든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을 갖고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처음을 기억하고, 잊을 만하면 다시 끄집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도 같이 희미해지는데, 이걸 매번 떠올리려면 그만큼 힘을 많이 써야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그래서 한결같으려면 중간에 쉼표를 잘 찍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 없이 그냥 하는 것도 방법이고, 그럴 힘마저 바닥나려고 하거나 없을 때는 쉬어야 한다. 이때 한결같단 건 항상 강, 강, 강으로 뭔갈 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강-중-약, 강-중-중, 중-강-약 등으로 강도와 박자를 조절하며,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 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결같단 것은 무리하지 않고 이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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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글쓰기는 시작이 어려웠는데, 지금은 마무리가 더 어려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첫 문장은 쓰면서 중간이나 마지막에 다듬을 수 있지만, 결론은 쓰다보면 그 방향을 더 고민하게 된다.



- 이 글을 쓸 때 읽고 있었던 책 : 공부법 수업 (한동일)

* 그림 제목 : 쉬어 칼 (프로크리에이트, 연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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