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편지

봄에는 문득 생각이 난다, 네가

by 무상행

봄날, 편지 쓰다


봄 오니 봄꽃 지천이다. 구경이라도 할 겸 나서다가도 앉은뱅이 풀꽃들 보며 허리 숙여 말 걸기도, 밟지 않게 발걸음 조심스레 옮기기도 귀찮아서 종일 집에만 있다,

밭일은 잊고, 연두색 종기 터지는 나뭇가지 보며 간지러운 겨드랑이 긁으며 툇마루에 앉았다가 문득, 네 생각이 났다. 잘 지내지?


추신: 산모퉁이 굴참나무 아래 분홍노루귀는 이른 봄부터 산길로 귀를 열어두고 있었다.



봄날, 편지 받다


어제는 봄 산 같이 게으르게 드러누워 온종일 뻐꾸기 울음소리 세고 있었어요, 산 옆구리에 터지듯 벚꽃 피는 것 보면서, 뽀얀 발가락 골마다 흐드러지게 핀 봄꽃 보면서.

네. 저도 잘 지내고 있어요.

골바람 부니 봄꽃들이 흐트러지네요. 사방 천지에 온통 봄꽃이라고 소문 같이 봄바람 불었어요. 옷고름에 분홍 동심결매듭 달고, 늦바람 난 것처럼 은밀히 산으로 나섰어요. 이제는 봄꽃 피는 순서도, 풀꽃 이름도 구별할 수 있어요. 키 작은 풀꽃에게 가까이 다가가 낮은 자세로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듯 흔들리며 종알종알 대요. 산등성이에 바람 부니 봄꽃들이 산을 흔들려고 하고, 나뭇가지에서는 연녹색의 파스텔 가루가 봄산 색깔에 번지듯 퍼져요. 내려갈 때 쉬어갈 겸 바위에 앉았는데, 곁에 핀 너도바람꽃의 넋두리에 한참 동안 발길이 잡혔어요. 뭔 봄 사연이 그리 많은지. 산그림자 빈 곳에는 아직 살바람이 부네요.

돌아오는 길에 산자락에서 바구니 가득 봄나물을 캤어요. 나비 한 마리가 바구니에 앉아 집까지 따라왔어요.


추신: 바람 불어 풀꽃 흐트러지니 멀리 산자락 빈집이 흔들려요. 봄바람에는 흔들리지 않는 것이 없나 봐요. 저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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