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나무, 풀꽃 모두 건강하다. 다행이다.
“봄씨, 들어오세요. 저기 누우세요.”
봄. 연두색 상의와 초록색 하의를 입은 채로 옆으로 길게 드러눕는다.
“먼저 산, 나무, 풀꽃 순서로 검사 들어갈게요.”
산.
속에 물이 차고 있다, 막힌 곳에서는 샘물이 퐁퐁 솟는다.
요즘, 밤이 되면 그놈의 소쩍새 울음소리 때문에 불면증이 생겼다.
지난겨울, 큰 눈으로 겉이 헌 곳에서는 땅 풀리니 바위 굴렀다.
참, 박새 소리와 곤줄박이 소리가 구분이 잘 안 된다.
“심각한 증상은 없으나, 봄에는 늘어지게 누워만 있어야 해요.
구태여 박새 소리와 곤줄박이 소리 구분을 하지 마시고 소리 듣는 것, 청력에 이상이 없다는 것에 만족하세요. 그리고 불면증은 울음 우는 수컷 소쩍새가 암컷 소쩍새를 만나 사랑해야 끝나니 처방해 줄 게 없네요. “
나무.
겨우내 건조한 줄기 피부는 이제 새살 돋고, 터지고, 딱지 앉는다.
가는 줄기, 패인 줄기 속이 자주 근지럽다. 그리고 등줄기 깊게 팬 곳에서는 가끔 따끔거린다.
땅 위로 드러난 발가락의 티눈이 간지럽고, 때로는 쓰라린다.
‘새살 돋고, 터지고, 딱지 앉는 것은 새싹이 올라와 나뭇잎이 되는 과정이니 정상이에요. 그러나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 꽃가루를 온몸에 바르고, 촉촉한 봄비로 자주 목욕하세요. 꼭 비누로 머리도 같이 감아야 해요.
가는 줄기의 간지러운 곳은 잠 깬 애벌레 발목에 힘 들어가는 곳이고, 패인 줄기 간지러운 곳은 박새나 동고비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 움직이는 곳이니 특별한 증상은 아니에요. 그리고 등줄기가 따끔거리는 것은 뻐꾸기가 탁란※하는 경우인데, 박새나 동고비 새끼가 같은 집에서 태어난 뻐꾸기 새끼를 지 애기인 줄 알고 키우지요. 뻐꾸기 새끼는 박새나 동고비 새끼보다 덩치가 워낙 커서, 고놈들이 좁은 줄기 집에서 기재개 켜서 그래요. 아기 뻐꾸기가 커서 날아가면 괜찮아요.
발가락 티눈에는 봄풀 연고 발랐어요. 주위에 풀이 자라고 꽃 피면 박새, 곤줄박이들이 와서 콕콕 쪼아줄 거예요. 그러면 아픔이 가라앉을 거예요’
※탁란 托卵: 어떤 새가 다른 종류의 새의 집에 알을 낳아 대신 품어 기르도록 하는 일. 의학용어 아님. ㅎ
풀꽃.
혈관 타고 노랑, 하양, 분홍, 파랑, 빨간색이 흐른다.
갑자기 기온이 높아서 그런지 줄기 끝 막힌 곳, 짜릿하며 뭔가 터질 것 같다.
키가 작다. 아기들도 키가 작을까 봐 걱정이다. (내시경 검사 필요)
여인이 내 위에 앉았다가 일어나며 ‘치마에 풀물 들었다 ‘고 한다.
‘올해는 좋은 날씨와 높은 기온으로 조산기가 좀 있네요. 참지 마시고 힘주어 맘껏 터트리세요. 꽃이에요. 혈관 따라 흐르는 색깔로 예쁜 꽃들이 태어나요.
키가 작은 것은 야생 들꽃이라 그렇고, 유전학상 이상은 없어요. 꽃이 아주 작아서 엎드려 가까이 보아야만 예쁜 꽃의 생김새를 볼 수 있는 꽃들(꽃마리, 냉이꽃, 별꽃, 벼룩자리)은 내시경 검사 대신 돋보기 검사를 진행했어요. 모두, 자기 색을 잘 찾았고, 땅 바람에 잘 흔들리고, 벌 나비 찾아와 웅웅대니 키 작아도 건강하네요.
마지막으로, 꽃이 피었으니 풀이 아니라 풀꽃이에요. 그래서 풀물이 아니라 꽃물이 들었다고 해야지요. 꽃물, 보기 좋으니 괜찮아요. 꽃물 염색은 귀한 거라고 하세요.’
병원장 검진 결과 종합 소견:
작년 봄과 같이 올해 봄도 대체로 건강하다. 그러나 날씨의 변화에 따라 민간요법 필요할 수도 있다.
예쁜 뱀꼬리(사족).
추가로 아주 작은 풀꽃들(꽃마리, 냉이꽃, 별꽃, 벼룩자리)의 작은 식물도감을 만들었으니 구경하세요.
주위에 흔한 풀꽃이지만 이 풀꽃들을 볼 때는, 콧등 주근깨 같이 너무 조그마하니, 자세를 낮춰 자세히 봐야 해요. 이렇게 아주 작은 풀꽃들을, 예쁘고 귀여운 풀꽃들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에요. 이 풀꽃들을 자세히 세분하면 너무 많은 이름의 비슷한 꽃들이 많이 있으나, 식물전문가가 아니니 이 정도로 만족해요.
(사진 및 정보: 네이버 검색 정보 및 ‘꽃 이미지”에서 사진 사용하여 작업함.)
꽃마리
꽃이 필 때 태엽처럼 말려 있던 꽃들이 풀리면서 아래쪽에서부터 1송이씩 차례로 꽃이 핀다. 그래서 꽃말이, 꽃마리이다.
이 조그마한 꽃에는 우주가 들어있다.
참 좋아하는 풀꽃 중 하나이다.
냉이꽃.
봄에 즐겨 먹는 나물, 냉이. 그 꽃도 예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기증이 나는 풀꽃이다.
별꽃.
별꽃, 쇠별꽃, 초록별꽃, 그늘별꽃, 벼룩나물, 실별꽃, 모래별꽃, 들별꽃...
별꽃류는 종류가 많다. 쉽게 볼 수 있는 별꽃과 쇠별꽃 정도만 알아도 충분하다.
꽃잎은 5개로 깊게 갈라져 10개처럼 보인다.
별꽃을 들여다보면, 밤하늘 별처럼 별꽃들이 무수히 반짝인다. 별이 꽃이 된 것이다.
벼룩(이)자리.
5장의 꽃잎으로 구성된 하얀 별 모양 꽃이다. 벼룩나물과 혼동하는 사람들이 많다.
줄기가 가늘고, 잎이 작아서 벼룩이 덮고 잘 정도로 작다고 해서 벼룩(이)자리라고 한다.(식물 이름 짓는 사람들 상상력과 표현에 존경을 표합니다.)
조심스레 곁에 앉아 보면, 벼룩이 이 풀꽃을 덮고 새근새근 자는 모습이 보인다.
물망초와 꽃마리.
크기의 차이는 있지만,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다. 꽃말이 같다.
‘나를 잊지 말아요.’
꽃말이 아니라도, 어찌 너를 잊을 수 있나. 나는 못 잊는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