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보살, 동자선녀, 꽃도령도 몰라요
꽃 이름에는 나름 다 이유가 있다. 그 근원을 밝힌다.
(이곳 봄꽃 이름의 근원은 생물학적, 작명학적 근거가 없으니 산림청, 포털 사이트, 역술인협회 등에 문의하지 마세요. 애기보살, 장군보살, 선녀보살, 꽃도령도 몰라요.)
따뜻한 봄날 오후.
봄 산은 임신한 아낙네같이 땅에 등 기대고 늘어진다. 마을 앞 시냇물에는 연두 초록색이 흐르고, 송사리 떼가 물길을 가르며 헤엄친다. 어미 송사리는 열을 벗어나는 어린 송사리를 다시 모은다. 십오 세 남자아이의 여드름같이 뽈록뽈록 튀어나오던 나뭇가지 새순들이 이제 제대로 된 잎 모양을 드러낸다. 나무속 빈 곳에 조약돌 같은 알을 품은 곤줄박이는, 봄 오는 바깥소리에 날고 싶어서 마음만 급해진다.
하느작하느작 바람이 장끼 울음소리에 화들짝 놀라 산속으로 줄행랑을 친다.
줄지어 매달린 은방울꽃이 달아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딸랑거린다. 봄맞이꽃은 꽃 피기 전에 찾아온 봄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하고, 허둥대며 지천으로 꽃 피운다. 도도한 금낭화 아씨가 꽃다지를 데리고 봄나들이 나선다. 같이 따라간 어린아이가 한 발로 깽깽이 뜀을 뛰니, 그 간격으로 고운 깽깽이풀꽃이 핀다. 애기똥풀 꽃 위로 날아다니는 나비의 날개에 애기 똥이 노랗게 묻는다. 벼룩이 벼룩(이)자리꽃 그늘 아래서 줄기에 자리를 깔고 새근새근 낮잠 잔다. 벌이 괴불주머니 속이 궁금하여 주머니 속을 들락날락한다.
아기 고라니가 지천에 깔린 노랑선씀바귀를 덥석 물고 씹었는데, 고라니 생애에 처음 맛본 쓴맛에 고개 흔든다. 씀바귀 닮은 고들빼기꽃은 인간에게 쓴맛을 보여주려 했으나, 인생의 쓴맛에 익숙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 쓴맛에 중독되어 좋아한다. 나들이 나온 알록달록 꽃뱀도 가끔 뱀딸기꽃과 양지꽃이 헷갈린다. 바위 틈새에 올라선 매발톱꽃이 매발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풀꽃들 주위를 경계한다.
그늘의 경계에서는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들바람꽃이 바람이 전해준 소문 같은 바람피운 이야기를 한다. 때죽나무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여 꽃을 아래로 늘어뜨린다. 호기심 많은 분홍 노루귀도 지나가는 바람에 묻힌 이야기를 들으려고 귀를 세운다. 홀아비바람꽃만 자기는 상관없다는 듯이 은연화란 다른 이름으로 그늘에 홀로 서 있다.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는 꽃말의 주름잎꽃이 꽃잎 주름을 곱게 펴려고 햇살 모아 바람에 문질러 보지만, 흔들리기만 할 뿐 주름은 펴지질 않는다. 길모퉁이 양지바른 곳에는 각시붓꽃이 서방 온다는 소식에, 마중 나와 기다리듯 다소곳이 서 있다.
고깔제비꽃이 남쪽 나라 제비를 부르려고 까치발을 딛고 선다. 처녀치마꽃이 산등성이 바람에 날리는 치마를 두 손으로 잡는다. 짐승도 새끼들에게는 놀이기구가 필요한데, 새끼들이 동그랗게 부푼 민들레 홀씨를 톡톡 치며 하늘에 홀씨를 뿌리며 뛰어논다. 벼룩나물은 개미바늘이란 이름으로 근처 등이 굽은 할미꽃 등을 콕콕 찌른다. 꽃마리가 꼭 말아 쥔 손을 펴며 톡톡 꽃을 터트린다. 쥐똥나무가 꽃을 피우느라 오줌을 참았다가 지린 자리 근처에는 쥐오줌풀꽃이 핀다. 꽃말이 '기쁜 소식'이라서 봄까치꽃으로 불리기도 하는 개불알꽃(열매가 개불알 닮아서 이름이...)이 소복이 모여, 왜 이름이 두 개인지 서로 궁금해한다. 낮에도 밭두렁에 모인 별들이 별꽃으로 피어 반짝인다. 아이들이 밤마실 가려고 삽작문에 초롱꽃 등을 걸어두었다.
달이 참 밝다. 소쩍새 운다. 잠 못 든다. 마당에서 서성댄다.
위에서 이름 근원을 밝히지 못한 봄 풀꽃들을 헤아려 본다. 내가 부족하여 그리 된 것이라 생각하며, 나지막이 이름을 하나씩 불러 본다. 이름이 불리면, 하나씩 풀꽃으로 다가와서 같이 밤을 지새운다.
어떤 이유든지, 봄날 밤에는 누구나 잠 못 든다.
재미로....
*나는 봄꽃 이름 얼마나 알까?
위의 이미지 1~8까지 꽃 이름 적어봅니다.
위의 사진은 각 이미지 별 4 개 사진, 총 32개(글에 언급된 꽃 전부) 꽃 사진이 있습니다.
각 이미지별 4개 꽃 사진의 꽃 이름은 아래에 있으며, 순서는 고스톱 방향(일명, 시계 방향)입니다.
이미지 1: 은방울꽃/봄맞이꽃/금낭화/꽃다지
이미지 2: 갱깽이풀/애기똥풀/괴불주머니/벼룩(이)자리
이미지 3: 노랑선씀바귀/고들빼기꽃/뱀딸기꽃/양지꽃
이미지 4: 매발톱/꿩의바람꽃/너도바람꽃/들바람꽃
이미지 5: 때죽나무/홀아비바람꽃/분홍노루귀/주름잎
이미지 6: 각시붓꽃/고깔제비꽃/처녀치마/민들레홀씨
이미지 7: 벼룩나물/할미꽃/꽃마리/쥐똥나무꽃
이미지 8: 쥐오줌풀/개불알(봄까치)꽃/초롱꽃/별꽃
'나는 사진의 봄꽃 이름 얼마나 알까?' 평가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만든 것임. 근거 없음. 무책임함.)
29 개 이상: 대단합니다. 야생화 전문가입니다.
22 개 이상: 좋아요. 오늘 혹은 내일, 근처 공원이나 야산에 나가서 나머지 확인하세요.
15 개 이상: 좋아요. 지금, 나가서 차 시동 걸고 가까운 이름 있는 산에 가세요.
7 개 이상: 좋아요. 주말에 대관령이나 남쪽 지역으로 가서 폭넓게 탐방하세요.
6 개 이하: 대단합니다. 하아~~... 속은 편해 보입니다. 푹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