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연(猫緣)을 아십니까?

길고양이의 작은 희망들을 들여다보다

by 무상행

아주 아주 먼 옛날, 그때의 하늘은 먹빛이었다. 수만 억년이 흐르니, 먹빛 하늘도 해져 빛이 새어 들어왔다. 낮에는 햇빛이, 밤에는 달빛과 별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아주 먼 옛날, 검푸른 우주를 표류 중이던 생명체들이 우연히 지구별을 지나다가, 어쩔 수 없지만 우주의 법칙에 따라, 빛을 타고 따라 들어오게 되었다. 지구별에 불시착한 것이다. 그때의 생명체들 중, 햇빛을 따라 들어온 생명체는 주행성晝行性, 달빛이나 별빛을 타고 들어온 생명체는 야행성夜行性이라 한다. 그리고 야행성 생명체 중 하나가 고양이다. (가정 학설이며, 과학적 근거는 없음)


어느 따뜻한 봄날,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채워주고 간식도 챙겨 주었다. 그루밍을 한 후, 곁에 다가온 할머니 고양이에게서 숨겨진 고양이의 비밀을 들었다.

최초, 지구별에 불시착한 그때는 지금같이 인간이 지구별을 지배하고 있었다. 선조 고양이 들은 지구별이 너무 아름다워서 불시착한 김에 지구별을 점령할 계획을 갖게 되었다. 후대의 고양이들은 수천 년 동안 대를 이어 선조의 소원 같은 계획을 이루려고 노력하고 있다, 길에서 생활하거나 나름 인간을 간택하면서. 아직도 점령 계획은 은밀히 진행 중이라고 하였다. 한참 뒤에 덧붙이기를, 어차피 살아 있는 것들은 시한부라지만, 인간과 비교하여 고양이의 생이 너무 짧다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였다. 무거운 비밀이었다.

그들의 비밀을 듣고, 할머니 고양이가 실망할까 봐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아마 우담바라가 수십 번은 피어야 고양이들의 원대한 계획이 성공할 것 같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인연(因緣)이란 말은 사람이나 사물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일의 내력 또는 이유, 불교 인(因)과 연(緣)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사람은 지구별에서 생명체들과 연을 맺는데 특히, 고양이와의 연緣을 어학사전에도 없는 ‘묘연(猫緣)’이라 부른다는 것이다. 묘한 것은 사람이 고양이와 묘연을 맺으면, 사람은 고양이에게 충실한 집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의 지구별 점령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경고하기도 한다. 묘연은 쉽게 올 수도 있으나, 수렁 같아서 한 번 빠지면 쉽게 헤어날 수 없다고.

오늘도 길고양이들을 만난다.

항상 바라는 것이지만 그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지구별 여행을 하였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기록과 영상도 많이 만들었다. 그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앞으로 조금씩 소개할 예정이다.

길고양이_하울의 움직이는 성


어리석게도, 묘연이란 걸 맺은 후 나는 나를 위해 기도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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