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침묵에도 결이 있다

조용한 품격

by 채화김영숙



예전의 나는
말을 해야 존재가 되는 사람인 줄 알았다.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받을 것 같았고,
침묵하면 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애써 말했다.
해명했고, 증명했고,
때로는 필요 없는 말까지 보탰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되었다.
말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결이 있다는 걸.

모든 침묵이 같은 침묵은 아니었다.
도망치는 침묵이 있고,
견디는 침묵이 있고,
그리고 선택하는 침묵이 있다.

나는 이제
굳이 다 말하지 않아도 되는 쪽을 선택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나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이해받고 싶지 않다.

조용히 살아온 시간들이
나를 만들었다.
소리 없이 버틴 날들,
티 내지 않고 지킨 약속들,
말보다 행동으로 선택해 온 순간들.

그것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지탱한다.

요즘은
누군가 나를 오해해도
급히 바로잡지 않는다.
시간이 정리해 줄 것을 믿기 때문이다.

부유함은 소리가 없고,
깊이는 요란하지 않다.

나는 이제
앞에 나서지 않아도
기준선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되었다.
흔들리지 않기 위해
굳이 소리 낼 필요가 없는 사람.

침묵에도 결이 있다.
그리고 그 결은
시간을 견딘 사람에게만 생긴다.

나는 그 시간을
충분히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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