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창고 기는 몰라도 몸은 알고 있다.

몸은 늘 먼저 알고 나는 이제야 알아차린다.

by 채화김영숙



젊었을 때 지인 따라

기공부하는 절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괜히 자리를 한 번 옮겼다.
그 모습을 본 스님이 말씀하셨다.


“자리를 옮겨 앉는 걸 보니
기가 모이는 자리를 찾아가는구먼.”


나는 웃으며 말했다.
“저는 기는 몰라요.”
스님은 잠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답하셨다.
“기는 몰라도,
몸은 알고 있지요.”


그땐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
잠깐 기공 공부를 하긴 했지만
생활이 바쁘다는 이유로
곧 그만두었다.


나는 늘
시간이 없다는 말로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살아왔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삶의 속도가 느려진 지금,
그날의 말이 다시 떠오른다.


나는 늘
몸이 편한 쪽으로 움직여 왔다.
시끄러운 자리보다
숨이 트이는 곳을 찾았고,
말이 많은 사람보다
조용히 함께 있어도 편한 사람 곁에 오래 머물렀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몸은 늘 먼저 알고 있었다.


요즘 내 삶을 돌아보면
더 그렇다.
새벽에 슬로우 조깅하며
천천히 숨을 고르고,
다라니를 외우고,
음식을 줄이고,
말을 줄이고,
마음을 정리한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어디서 배운 것도 아니다.
그냥
몸이 그렇게 하자고 한다.


이제야 알겠다.
나는 기공을 관둔 게 아니라
형식을 내려놓았을 뿐이라는 걸.
공부로 한 수행은 아니었지만
삶으로 익혀온 감각은
몸 안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숨이 고르고
마음이 한 자리에 머문다.


기는 몰라도
몸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몸이 아는 길은
늘 조용하지만
한 번도 나를 속인 적이 없다.


#조용한 수행 #몸의 지혜 #삶의 기공#늦은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