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결국 나를 무너뜨린
이번에는 트라우마 사건보다는, 힘듦을 극복하려 했던 나의 모습도 마주하고 싶다.
나는 관계 결핍이 있다. 초중고 시기 ‘대화’를 했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의 일방적인 ‘외침’이 대부분이었다. 혹은 나를 향한 일방적인 강요 혹은 설교이거나. 다른 생각이나 의견이 있다면 안전한 환경에서 주고받는, 쌍방향적이면서도 수평적인 대화는 거의 없었다.
공감 결핍도 있다. 못된 사람들에게 상처받았던 경험을, 그나마 가깝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말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다음과 같았다.
‘네가 소심한 거야’
‘그걸 마음에 담아두는 네 잘못이야’
트라우마 사건 그 자체로도 이미 아픈데, 많은 이들이 내게 이차적으로 상처를 주었다.
누군가의 기분 나쁜 언행으로 인해 상처받고, 그걸 마음에 담아 두면 내 손해라는 것은 이성적으로 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채 기분 나쁜 언행을 한 사람들의 잘못이다.
이것을 먼저 스스로 알고, 충분히 슬퍼하고 아파한 후의 단계가 그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내 마음속에서 어떻게 키우지 않을지 고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인들은, 가해자들이 내게 일차적으로 잘못했다는 것을 알려주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상처받는 내 탓을 하였다.
이에 따라 나는 가해자들의 잘못을 오히려 내 잘못이라 착각한 적도 있었고, 상처받는 것을 나의 탓으로 돌리며 더욱 괴로워하였다.
공감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내게
‘가해자들이 잘못했다.’
‘충분히 아파하고 슬퍼해도 돼.’
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그보다는
‘지금 이런 거에 아파할 시간 없다.’
‘네 일에 집중이나 해라.’
라고 말하며 나를 괴롭게 했다.
내 마음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을 나눌 사람 없었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털어놓을 사람 없었고
작고 큰 실패 앞에서 위로받을 사람 없었으며
거센 파도에 휩쓸려 울고 있는 나를 안아 주는 사람 없었다.
스스로 이겨내야만 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왔다.
외로움은 결국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