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이 더 많기에
여태 날 괴롭혔던 사람들에 대한 복수를 위해, 그리고 타인의 인정을 위해 인생의 목표나 성취해야 할 과업들을 설정해 왔다. 나의 행복과 더 나은 앞날을 설계하기 위함이 아니라.
날 무시하고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목표를 설정하고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왔던 나의 모습이 안타깝다.
더 이상 내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상기하면서.
그들은 과거 잠깐 나와 같은 집단에 소속되어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봐야만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마주칠 일도 없고 내게 어떤 힘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이를 이성적으로는 알지만, 트라우마를 겪은 뇌는 그 과거 시간에 머무른다고 한다. 지금도 날 괴롭게 했던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괴롭다. 즉 나는 아직 트라우마 사건들을 극복 못 했고 힘들어하는 중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앞 편들처럼 트라우마의 구체적인 사례를 쓰는 것은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과거를 정리해 보고, 더 나아가 현재의 내가 있기까지 영향을 미친 과거 사건들을 인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트라우마, 그리고 그로 인해 아파해왔던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지금도 수많은 트라우마 사건이 산발적으로 떠오르고, 앞 편들 외에도 트라우마 사건들은 많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제삼자가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정돈되고 다듬는 과정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트라우마들을 하나하나 상기하다가 삶의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극복하려 하는 이유는, 과거 상처에 발목 잡히지 않고 내 삶을 디자인해 나가기 위함이다. 현재와 미래를 집중하지 못한 채, 과거를 분석하고 그것에 아파하는 시간이 아깝다.
내 젊음을 과거 회상과 반추에 바치고 싶지 않다.
상처받았던 날들보다 살아갈 날들이 많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