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처럼 다시 눈을 뜬 날

병실에서 시작된 한 사람의 삶

by 작가 설인



제목
기적처럼 다시 눈을 뜬 날

사람은 자신의 시작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떤 시작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이야기로 남습니다. 제 삶의 시작도 그렇습니다.

저는 세 살 때 의료사고로 시신경을 다치게 되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산소증이 온 상태였고, 곧바로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의사는 부모님께 제가 다시 깨어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설령 깨어난다 해도 식물인간으로 살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했습니다.

어린 딸의 생사를 두고 내려진 그 말은 부모님에게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였을 것입니다. 아버지는 결국 장례식 준비를 하러 가셨다고 합니다. 그만큼 상황은 절망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고 한 교회의 목사님을 병원으로 모셔 왔습니다. 목사님은 밤새 병실 침대 옆에 앉아 저를 위해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아무도 쉽게 희망을 말하지 못하던 그 밤, 병실에는 조용한 기도와 기다림만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중환자실로 옮겨진 지 5일째 되던 날 새벽, 저는 기적처럼 눈을 떴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뇌손상을 입었고 시신경이 크게 손상되어 세상을 이전처럼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날 이후 제 삶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살아 있었습니다.

어쩌면 제 삶은 그날부터 다시 시작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기적처럼 눈을 뜬 그 순간부터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제가 살아가고 있는 하루하루는 어쩌면 덤으로 주어진 시간일지도 모른다고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평범한 하루도 조금은 다르게 보입니다.
누군가의 목소리, 따뜻한 손길, 그리고 오늘이라는 시간까지.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기적 위에 놓여 있는 삶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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